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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01133508
· 쪽수 : 567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부 오래된 세계
1. 오래된 나의 집
잡든 헛간을 깨우다/맵시벌에 빠진 남자/추억의 편지들
2. 꿈의 숲, 보로브케
지상 최고의 낙원/코사크 춤추는 남자
3. 소년의 전쟁
세계 역사를 바꾼 죽음/열일곱 살, 전쟁을 만나다/첫사랑/운명의 곡예/새로운 불씨
4. 호기심의 전리품
새알 찾는 사람들/페르시아의 이상한 풍습/히귀표범 페터
5. 맵시벌에 빠진 남자
암맵시벌의 비밀/추적자를 추적하라
6. 궁극의 희귀 새를 찾아서
불가능한 미션/누가 북 치는 새를 보았나/세상에서 가장 갖고 싶은 새
7. 빛과 어둠의 교차로
폭풍전야/마무샤의 선택/불안한 귀가
8. 두 번째 전쟁
히틀러의 도박/이상한 엽서 한 장/사랑도 전쟁이다/이끼 언덕의 요정/끊어진 소식
9. 어떤 비행
할머니의 장례식/붉은군대를 피하라/피나의 풍경/살아남은 사람들
10. 마법의 동산, 한하이데
새로운 안식처/한하이데의 헨젤과 그레텔/생계란 무엇인가/로빈슨 크루소 가족/다섯 살짜리 채집자
11.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
2부 새로운 세계
12. 새로운 시작
미국이라는 신천지/가짜 박사논문 사건/좋은 이웃, 나쁜 이웃
13. 애덤스 아저씨네 사람들
옛날 방식의 삶/벌집 사냥/인디언 섬머의 사과따기
14. 우리 집
15. 오래된 새 인생
사냥 면허증/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다
16. 학교는 없다
낙원을 떠나다/내 별명은 네이처보이/심야의 학교 탈출/마지막 반항
17. 아름다운 청춘
꿈의 대학생/행복한 질주
18. 1년간의 사파리 여행
아버지의 제안/꿈의 아프리카로/사냥에 대한 예의/황홀한 피날레
19. 나의 전쟁
변화의 시대/아버지와 아들의 대결/간발의 차이
20. 열정의 생물학
'진짜' 과학을 하는 즐거움/캘리포니아 UCLA
21. 새로운 발견을 찾아서
신생물학의 시대/박각시나방의 준 박사학위/뒤영벌 미스터리/지는 학문, 뜨는 학문
22. 자연사의 요람
옛집을 맴도는 마음/달리고, 달리다/도래까마귀가 만든 인연
23. 아마추어를 위한 위로
"나는 19세기 사람"/유전자라는 신흥종교/박물학자의 뒷모습/학자와 우표 수집가
24. 아버지의 맵시벌 원고
잃어버린 원고를 찾아라/아버지를 슬프게 하는 것/어떤 수수께끼/마지막 나날들
25. 귀로
50년 만의 재회/마음의 종착지
에필로그
화보
작가후기
Notes
찾아보기
리뷰
책속에서
나는 한하이데에서 자연세계에 눈을 떴다. 새롭고 신기하지 않은 것이 없어, 지루할 틈도, 질릴 새도 없었다.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는 또 얼마나 심장과 가슴이 뛰었던가! 성인이 되어 보다 체계적이고 깊게 자연을 연구하게 됐을 때도 그런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맛보는 순간이 있긴 했지만, 그때에 비할 바는 못 됐다. 한하이데는 내 유년시절의 천국이었다. 탐험할 시간은 남아돌았다. 달리 다른 놀이가 없기도 했지만, 텔레비전이나 책처럼 언어나 그림, 동영상으로 공상의 세계가 펑 하고 나타나진 않아도, 그 섬세하고 은근한 세계는 그래서 더욱 강렬하게 피부에 와 닿았다. 50년이 흐른 지금도 그 숲과 그 숲에 살았던 동물들은 내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대자연 자체가 연구소이자 연구대상이던 구시대의 생물학은 현대 생물학에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불과 몇 년 뒤면 자연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새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신종이 나올 곳이 있다면, 방부 처리된 생물표본이 보관된 박물관이 될 것이다. 유전자 분석이라는 신기술의 탄생으로 정확한 종 분류가 가능해졌으므로. 그리고 몇 년이 더 흐르면, 상상할 수도 없던 일이 일어날 것이다. 새로운 생물종이 발견됐다는 얘기가 더 이상 어디서도 들려오지 않는 것이다. 대신 생태계 파괴니 멸종이니 하는 얘기를 할 것이다. 희귀종 멸종이 아니다. 지구 전역에 걸쳐 분포하는 가장 흔한 생물종의 멸종 얘기다.
“돌아보면 아버지와 저는 정말 먼 길을 함께 걸어왔네요. 아버지는 낯설고 먼 이국땅을 앞마당처럼 누비며, 모질고 세찬 시대의 풍랑을 맞으며 척박한 생물학에 분류학의 토대를 세우고 널리 이름을 알리셨습니다. 저는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어오다 요행히도 파도마루를 올라타 순탄하게 생리학으로 접어들었고, 지금은 동물행동학, 생태학, 진화학과 인접한 경계에 서 있습니다. 이 분야 저 분야 발길 닿는 대로 기웃거리다 보니, 이 이론 저 이론, 특정 관점, 방식, 사상에 함몰되지 않은, 자유롭고 초연한 시각을 갖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발길은 이렇게 거칠 것이 없었지만, 마음은 오로지 한 곳에 매여 있습니다. 그 “뿌리”가 있어서 이리저리 흔들려도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