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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01225623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8-08-10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12장
13장
에필로그
옮긴이 후기
리뷰
책속에서
“사모님, 제게 더 하실 말씀 있습니까?”
그녀는 그의 얼굴을 차갑게 노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그럼, 이만 내려가도 되겠습니까?”
“내려가 봐.”
우다왕이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막 문 앞에 이르렀을 때, 류롄은 그를 다시 불러 세워 알 수 없는 한마디를 했다.
“솔직히 말해봐. 매일 자기 전에 목욕하나?”
그는 고개를 돌려 의도를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합니다. 신병훈련 때 저희 지도원이 남방 사람이었습니다. 목욕하지 않으면 잠자리에 들지 못하게 했지요.”
“내 말뜻은 매일 씻느냐는 거야.”
“매일 씻습니다.”
“그럼 가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새겨진 팻말이 식탁 위에 없으면 내가 시킬 일이 있으니 위층으로 올라오라는 뜻이라는 걸 잊지 마.”
우다왕은 도망치듯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가장 먼저 부엌의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푸푸 소리를 내며 얼굴에 가득한 땀을 씻어냈다.
류롄은 술을 또 한 잔 따라 마시고는 반쯤 취한 눈으로 우다왕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너도 알지? 난 마오 주석의 저작을 공부한 적극분자라는 걸 말이야. 마오 주석의 어록을 외우는 데는 병원 사단 전체에서 내가 최고였다니까. 한번은 사단장 앞에서 백 개가 넘는 항목을 글자 하나 안 틀리고 단숨에 암송한 적이 있지. 구두점이나 쉼표 하나 빠뜨리지 않았어. 사단장이 그 자리에서 말하더군. 난 류롄이 정말 마음에 든다고 말이야. 그래서 사단장에게 시집오게 된 거야. 나는 진심으로 사단장에게 시집오고 싶었거든. 사단장은 나를 위협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어. 하지만 그가 사단장일 뿐, 남자가 아닐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지. 사단장과 그의 아내가 이 문제 때문에 이혼한 것도 전혀 몰랐어. 내가 말은 안 했지만 사단장은 내게 무릎까지 꿇었어. 너도 생각해봐. 사단장은 나이가 많은 데다 고위 간부잖아. 그가 신사군(新四軍)에 입대할 때는 겨우 열네 살이었어. 항일전쟁 때는 네 번이나 부상을 당했지. 해방전쟁 때는 탄환이 그의 허벅지 사이를 관통했고. 지금도 그의 몸에는 해방전쟁 때 박힌 탄환이 두 개나 남아 있어. 하나는 등에, 하나는 다리에 박혀 있지. 그의 무공 훈장이 들어 있는 상자가 옷장 안에 몇 개나 있어. 우다왕, 너는 내가 사단장이랑 이혼할 수 있을 것 같아? 혁명을 위해 싸우다가 머리가 다 센 사람이야. 그런 그가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아이처럼 우는데 어떻게 그와 결혼하지 않을 수 있겠어?”
그녀가 식당 입구에서 식탁 위에 놓인 나무팻말을 힐끗 쳐다보며 우다왕에게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갑자기 우다왕이 입고 있던 땀투성이 군복을 그녀에게 벗어 건네며 말했다.
“이봐요, 이 옷 좀 빨아줘요.”
그녀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면서 한참 미동도 하지 않다가 물었다.
“뭐라고?”
그가 다시 말했다.
“더워 죽겠어요. 가서 내 옷 좀 빨아달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