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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91166830976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21-07-02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그해 여름 끝(夏日落)
제1장 어둠이 몰려오고
제2장 한차례 바람이 분다
제3장 하늘을 가르는 총성
제4장 죽음의 그림자
제5장 단절된 두 사람
제6장 말라버린 강물
제7장 초조한 만남
제8장 침묵 속으로
제9장 여름 해가 지다
류향장(劉鄕長)
한쪽 팔을 잊다
후기 : 「그해 여름 끝」 출판 금지 전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 밤의 느린 발걸음은 마치 늦게 밭갈이에 나서는 늙은 소 같았다. 해가 지고 황혼이 내릴 때까지, 이 짧지만 느리고 지루한 시간이 부대의 영내에서는 하루 가운데 주말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초병의 등 뒤로 보이는 군영은 변함없는 하나의 세계였다.
- “지도원 자네가 내게 부대대장을 맡으라고 한다면 나는 죽어도 고개를 돌리지 않을 걸세!”
지도원이 중대장을 한참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다시 풀밭 위로 몸을 던졌다. 하현달이 그의 머리 위로 가볍게 이동하면서 푸른빛이 부드럽게 그의 이마를 비췄다. 밤은 짙은 남색이었다. 갑자기 구름이 보이지 않고 귀뚜라미 소리도 뚝 멈춰버렸다. 10년 전 남부 전선 전투에서 갑자기 찾아왔던
죽음 같은 고요함과 너무도 비슷한 고요함이었다. 소름이 끼치면서 가슴이 서늘해졌다. 지도원이 이런 차가운 적막에서 벗어나 입을 열었다. 어느 날 자신이 정말로 교도원이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자오린을 부대대장의 자리로 끌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중대장은 빙긋이 웃으면서 그런 말만으로도 고맙다고 대꾸했다. 그러면서 꿈속에서라도 부대대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라오가오, 보아하니 총을 훔친 범인은 자네와 나를 겨냥하고 있는 것 같네.”
지도원은 흠칫 놀라며 중대장을 힐끗 쳐다보았다. 중대장과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 방 안에서는 파박, 스파크 이는 소리가 들렸다. 종이처럼 얇은 백회가 벽에서 부서져 내려 두 사람 사이로 떨어졌다. 별이 하나 떨어진 것 같기도 하고 장미 한 송이가 발 옆에 떨어진 것 같기도 했다. 형광등이 옹 하고 울리는 소리가 방 안에 가득 찼다. 장갑차와 탱크가 두 사람의 피부 위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리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