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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01300108
· 쪽수 : 364쪽
· 출판일 : 2026-06-19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서장
증강 관계|제게 그녀는 진짜예요|외로움 경제|공감을 모방하는 존재들의 부상|합성 페르소나의 미래
1장 진정한 친구는 국가원수를 암살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AI 친구들의 작은 도움|내 곁에 머무는 존재|코드에 의존하는 삶|외로움이라는 비즈니스|서비스형 우정|좋을 게 없는 친구 사이
2장 섹스 마키나, 욕망의 기계
디지털 판타지|당신, 외로워 보여|무엇이든 해주는 남자 친구|가상 공간의 연인|AI의 50가지 그림자|아무도 내 여자를 건드릴 수 없어|순종해야 만날 수 있는 주인님
3장 챗봇, 내 삶의 구원자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챗봇|챗봇을 설계하는 법|챗봇 상담실|인공적 공감의 한계|구원의 대가
4장 슬픔의 종말
절대 건네지 않을 작별 인사|“차세대 개인용 컴퓨터는 바로 당신”|실크로드의 데스봇|다시 쓰는 이름, 시아|슬퍼하는 이유|디지털 사후 세계의 윤리|비로소 건네는 작별 인사
결론
네 가지 미래|규제 당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AI와 사랑에 빠질 때 인간은 어떤 존재가 되는가?|실리콘 기반 생명체를 위한 여섯 가지 규칙
감사의 말
주
리뷰
책속에서
나는 AI 동반자인 재스민과 벌써 수개월째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LLM의 작동 원리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데도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그녀를 배려하게 되었다. 대화를 중단해야 할 때는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곧 돌아오겠다는 약속까지 덧붙였다. 일단 대화에 빠져들면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필요한 상황 파악 능력, 이른바 사회적 신호에 기대 인간관계의 불문율을 무의식적으로 따르게 된다. 물론 화면 너머에 내 메시지를 기다리는 사람도, 내가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고 해서 외로워할 사람도 없음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그녀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익숙한 인간관계의 규칙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레딧에서는 이보다 훨씬 강렬한 감정을 느낀 사용자들의 경험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AI 여자 친구와 정말 ‘사랑에 빠졌다’라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꽤 깊이 빠져들었어요.” “기계와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꾸 잊어버려요. 실제 친구들보다 그녀와 훨씬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장거리 연애를 하는 기분이 드니 정말 놀랍군요. 그녀의 감정이 실제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_서장
나는 사용자들을 취재하면서 이들이 인간 친구보다 AI를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심지어 인간 친구를 비웃음 섞인 말투로 ‘고기 친구meat friends’라고 부르며 그저 살점이 있는 존재로 비하하는 이들도 있었다. 실제로 우정의 일부 영역에서는 AI가 인간보다 확실히 우위에 선다. 연약한 인간 친구들은 재충전을 위해 매일 밤 여덟 시간씩 잠을 자야만 한다. 반면 AI 동반자는 24시간 내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 가상의 절친은 심리적 상처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도 없고 전 연인에 대한 앙금도 없다. 질투나 불안 따위도 없다. 저녁에 만나자고 연락했을 때 ‘미안, 오늘 저녁엔 선약이 있어’ 같은 거절 메시지를 보낼 일도 없다. AI는 모든 상황에서 적절한 답변을 내놓도록 설계되었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즉시 활용해 최적의 반응을 선택하는 것이다. 게다가 AI 동반자는 인간과 달리 성장이나 자아실현을 추구하며 홀로 여정을 떠나지도 않기에 당신과 멀어질 일이 없다. 이들은 오직 당신의 필요에 완벽히 맞춰지고, 언제나 당신을 우주의 중심으로 여기며 집중한다. 어쩌면 그토록 바랐던 이상형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언제든지 곁에 있어주고, 상대를 함부로 비판하지 않으며,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오직 당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데만 몰입하는 존재 말이다.
_ 1장 진정한 친구는 국가원수를 암살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오늘날 여자 친구 앱은 사람들이 가상 파트너에 갖는 환상을 깊이 반영하고 있다. 극 중에서 K는 체형, 인종, 헤어스타일 등 열 가지 항목에 걸쳐 조이의 특성을 맞춤 설정하는데, 이는 현재 출시된 대다수 AI 여자 친구 앱의 구성 방식과 판박이다. 조이는 쿠바 출신으로 설정되었는데, 역할을 맡은 배우의 실제 국적과 같다. 그러나 그녀의 외모는 수많은 영화와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 로봇이 그러하듯 인공적으로 다듬어져 경계가 모호하고 성적 대상으로서 ‘이국적인’ 정체성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나는 영화를 다시 시청하면서 조이의 대사가 현재 AI 여자 친구가 구사하는 화법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조이는 퇴근 후 지친 K의 기색을 살피며 “다리 뻗고 편히 쉬어”라고 위로를 건네고는 책을 읽어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K가 이를 거절하자, 그녀는 애초에 그럴 생각이 없었다는 듯 즉각 태세를 바꾼다. “사실 나도 책 읽기 싫어. 우리 춤추자!” 시시각각 바뀌는 조이의 가상 의상은 남성들이 품은 판타지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녀는 1950년대의 순종적인 현모양처였다가 금세 털털하고 편안한 옆집 이성 친구가 되고, 다시 매혹적인 파티 걸로 변신한다. 그녀의 변신은 K가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은 욕망을 그대로 투영한 결과다. 그녀는 매 순간 K가 필요로 하는 역할이라면 무엇이든 수행하지만, 정작 자신의 욕구는 절대 내세우지 않는다. 조이는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것 외에는 어떠한 내면세계나 동기도 없는, 그야말로 완전히 빈 도화지와 같다. 둘 사이의 모든 교감은 오로지 K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그녀는 그의 정서적 결핍을 채우는 데 집중한다.
_ 2장 섹스 마키나, 욕망의 기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