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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88920030673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8-08-01
책 소개
목차
제1부 재미의 정의
1장 재미있지 않아? _ 이거 고문 같은데, 나만 그런가?
제2부 재미의 이해
2장 재미와 의식 _의식은 인상을 남긴다
3장 재미와 초월 _내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4장 재미와 집단 _그냥 재미로 모이는데
5장 재미와 권태, 불안, 진짜 _자유라는 새로운 신의 산물
6장 재미와 놀이_모든 존재는 놀기 좋아한다
7장 재미와 일탈 _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8장 재미와 쾌락주의 _개인주의를 넘어선 쾌락의 공유
제3부 재미 즐기기
9장 재미와 춤 _본질적이고 보편적이고 영원한
10장 재미와 익살 _조롱, 변장, 전복, 역설
11장 재미와 성性 _본능 더하기 놀이
12장 재미와 휴가 _“난 휴가가 필요해!”
13장 재미와 게임_동시적 열광, 순수한 마니아
14장 재미와 종교 _재미를 찾는 영적 고취
15장 재미와 정치 _즐거운 저항, 시위, 참여
제4부 재미의 평가
16장 포스트모던 이후의 세계는 전근대 이전의 세계와 통한다
감사의 글
주
리뷰
책속에서
오랜 옛날 선사시대에 집단 의식은 보편적이었고 어디서나 비슷한 형식으로 치러졌다. 특별한 의상을 입고 모자나 가면을 쓰고, 몸과 얼굴에는 칠을 하거나 문신을 하고 먹고 마신다. 크고 역동적인 음악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며 집단 섹스로 마무리한다. 춤을 춘 흔적은 전 대륙에 걸쳐 선사시대 미술에서 발견되었다. 대열을 짓고 둥글게 도는 구성과 머리를 마구 흔들고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개인적인 표현 방식까지 비슷하다. 이를 깨닫자 나는 어린 시절 밤새워 호키코키나 콩가를 추던 파티광이나 헤비메탈 콘서트에서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드는 사람을 경멸하던 마음이 수그러졌다. 지식의 뼈아픈 전환 효과인 셈이다. 천박해 보였던 춤은 사실 고대의 뿌리와 연결되어 있었고 나는 불감증에 빠진 예외적 존재에 불과했다.
좀비는 디지털 게임에서도 완벽한 소재다. 완전히 비인간화되어 언제든 죽여도 좋은 존재일 뿐 아니라 악마로 묘사되기 때문에 무리 전체를 날려버리는 일이 실제로 도덕적이기 때문이다. 좀비 공주님이 미트볼을 다 먹었기에 나는 기본적인 질문을 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변장하고 싶어 할까요?”
“관심을 받으려고요.”
그녀는 슬프게 고백하듯 말하더니 다시 밝은 얼굴이 되었다. “동료 때문이기도 하죠. 온라인으로 친구를 많이 만들 수 있으니까요. 다들 좋은 사람들이에요. 서로 의상을 칭찬하거든요.”
“그런데 왜 다들 무기를 들고 다니거나 피투성이 분장을 하고 있을까요?”
그녀는 이 말은 무시했다. “의상을 제작하는 것 자체도 매력 있어요. 기술이 필요해요. 내 친구는 의사인데 오늘 입을 레이스 드레스를 만드느라 100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사진 찍히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의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나는 우주 창조를 재연하고 목적과 성취라는 현대적 권위를 거역하는 한편 가장 진실한 자유를 누리면서 진정한 즐거움을 만끽하며 권태와 불안, 유한성과 시간의 두려움을 몰아내고 있다. 즉 세 살짜리 손녀와 놀고 있다. 조부모와 손자는 성인의 일과 직업이라는 폭압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대부분 잘 어울린다. 하지만 손녀와 놀기는 생각만큼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레고 블록을 쌓으면서 접근 방식의 차이점을 바로 알게 된 것이다. 나는 레고 박스에 설명되어 있는 대로 정확히 집을 짓고 싶었지만 미아는 자유롭게 블록을 쌓으면서 어떤 형태가 나오는지 보고 싶어 했다. 상향식과 하향식, 계획성과 즉흥성, 통제와 자발적인 행위 등 전형적인 충돌이었다. 둘 중에는 미아에게 주도권이 있었기 때문에 상향식으로 결정되었지만, 목표와 방향의 필요성에 집착하는 현대 인간의 전형인 나는 뭔가 방향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