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거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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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이는 일, 특히 의심을 품지 않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일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하지만 미치 랩 같은 사람을 죽이는 것은 전적으로 다른 문제이다. 이 일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과 더불어 무모하리만큼 용감하거나 아니면 제정신이 아닌, 실력 있는 암살자 또는 조직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 정신이 온전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나서지 않을 것이다.
암살자는 랩이 긴장을 푼 틈을 타 단번에 끝낼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접근해야 한다. 그의 경계심에 대한 사전 보고 내용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 미국인은 지나칠 정도로 주변을 경계하거나 정신이상에 가까운 피해망상증 환자거나 둘 중 하나였다. 세부적인 계획이 완벽히 실행되어야 함은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꽤 운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들은 성공 가능성을 최대 70퍼센트 정도로 추정했으며, 따라서 철저하게 부인해야 하는 상황에 충분히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이 보낸 누군가의 임무가 실패로 돌아간다면 랩은 권력과 지위에 상관없이 연루된 사람들을 찾아낼 것이고, 그들은 미치 랩이 등 뒤에 있는지 늘 확인해가며 여생을 보낼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어둡고 광적인 면은 사실 독일인이 미국 대통령 암살을 요청하기를 바랐다. 대통령에 대해 감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도전이자 기술을 시험해볼 기회였으며 수백 년 혹은 그보다 더 오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보호를 받는 대상을 죽이고 거기서 빠져나오는 것, 이는 가장 궁극적인 시험이었다. 그가 꿈꿔온 것이었다. 마치 임종 자리에서 고해를 하는 노인처럼, 오직 자신만이 아는 세부사항을 털어놓는다. 어쩌면 저격용 라이플을 숨겨둔 장소를 말할지도 모른다. (중략)
하지만 랩은 전적으로 다른 문제였다. 클라우디아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루이는 자신이 상당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를 인정하는 것은 결코 자만이 아니었다. 기습을 당하는 쪽은 랩이었다. 그는 만일 역할이 바뀐다면 자신이 랩의 실력과 그 상당한 자원에 절대 맞설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육체적 상처와 정신적 고통은 고유의 서로 다른 문제를 초래한다. 이 두 가지는 각각의 방식으로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 육체적 손상은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반면, 정신적 충격은 공포를 일으키거나 삶에 대한 의욕을 앗아감으로써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한다. 둘 중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지만, 두 가지가 동시에 닥치면 그것은 거의 파국에 가까워진다. 지난 이틀은 랩의 삶에서 최악의 시간이었다. 그의 마음은 엄청난 절망감과 복수심에 불타는 격렬한 분노 사이를 오갔다. 얼른 집에서 나가 범인을 잡고 싶은 것만큼이나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다. 육체적으로는 기운을 차려야 했고 정신적으로는 기능이 마비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