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25558622
· 쪽수 : 584쪽
· 출판일 : 2016-03-11
책 소개
목차
2005년 재회 … 8
1995년 추억의 노래 … 24
1983년 전환점 … 119
1970년 페니키아인 … 273
1966년 배신 … 368
1956년 파도 … 455
1951년 이타카로 가는 길 … 460
1948년 8월 항해의 계절 … 506
1948년 8월 일주일 전 사이클로프스 … 518
2005년 오래된 사진 … 554
2005년 재회 … 575
옮긴이의 말 … 579
리뷰
책속에서
제럴드가 다시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 이번에는 본능적으로 루루를 구하고자 한 것이었다. 루루도 그의 셔츠를 붙잡았지만 제대로 서기도 전에 다시 완전히 중심을 잃으면서 바위가 있는 쪽으로 넘어졌다. 그 순간 제럴드의 얼굴이 루루의 얼굴과 완전히 맞닿았고, 고무처럼 힘없는 그의 입가에 하얀 침이 고인 모습을 본 루루는 그 역겨움에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려버렸다. 순식간에 루루의 관자놀이가 뾰족하게 튀어나온 바위에 정통으로 부딪혔다.
제럴드의 두 무릎도 톱니 모양으로 튀어나온 석회암에 부딪히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그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엉덩이 부분의 극심한 통증이 전해지자 온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워했다.
두 사람은 평소 투숙객들이 타월을 깔고 일광욕을 즐기는 평평한 바위를 지나서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렇게 루루와 제럴드는 바다를 향해 길게 뻗은 바위 아래로 추락했다.
루크는 해도상으로 프랑스 해안 아래 80센티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부분을 손으로 짚었다.
"거기에는 뭐가 있지?"
"스페인령의 섬들이 있습니다." 토니가 말했다. "하루 반나절이면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아름다운 곳인가?"
"코트다쥐르와는 다르죠."
"사실……." 루크가 끼어들었다. "제가 거의 자라다시피 한 곳이에요."
자보는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어디서?"
루크는 다시 손가락으로 해도를 짚었다. "바로 여기요. 마요르카의 동쪽 끝. 어머니가 거기서 작은 호텔을 운영하고 계세요."
"정말? 호텔도 깨끗한가?" 자보가 물었다.
순간 루크의 머릿속에 영감이 차올랐다. "아름다운 곳이죠."
어젯밤에는 에기나가 그의 바로 곁에서 잠이 들었다. 배다른 남매처럼 서로 예의를 지키면서 얼마나 더 오래 버텨야 하는 걸까? 초반에 데니스와 소피라는 강수를 두고 난 후로 나를 편하게 대하게 된 건가? 아니면 밴조를 연주한다는 데니스를 진짜 사랑하는 걸까? 진짜 나를 친오빠처럼 편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내게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한때는 내게 매력을 느꼈을 텐데, 아니면 말고. 어쩌면 그해 여름 만났던 사람이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에기나는 그렇게 행동했을지도 모른다.
루크는 다른 여자였다면 벌써 적극적으로 덤비고도 남았겠지만 이번만은 서두르지 말아야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상대는 에기나가 아닌가. 그냥 하룻밤 상대가 아니었다. 루크는 결과가 어찌됐건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물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