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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목숨을 팝니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25573366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5-08-01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25573366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5-08-01
책 소개
노벨문학상 후보에 수차례 오른 미시마 유키오의 색다른 면을 엿볼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소설, 『목숨을 팝니다』가 미시마 유키오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출간되었다. 『목숨을 팝니다』는 자살에 실패한 주인공이 신문에 목숨을 판다는 광고를 내면서 벌어지는 기묘한 소동을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일본 독자들이 꼽은 ‘미시마 유키오 최고작’
시대를 초월한 역주행 베스트셀러 『목숨을 팝니다』
미시마 유키오 탄생 100주년 맞아 출간
“박진감 넘치는 기발한 스토리. 이 책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함과 괴이한 매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 《뉴욕 타임스》
“일본 문학계의 거장이 쓴 흥미롭고 대중적인 장르 소설. … 이 초현실적인 이야기는 영혼을 잃어버린 도시를 날카롭게 풍자한다.” — 《가디언》
일본 독자들이 꼽은 ‘미시마 유키오의 최고작’ 중 하나인 『목숨을 팝니다』가 미시마 탄생 100주년을 맞아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되었다. 미시마 유키오는 『금각사』, 『가면의 고백』, 『봄눈』 등에서 독자적인 문체를 구축했으며, 노벨문학상 후보에 수차례 오르는 등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이다. 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그의 작품 대부분이 자전적 성격이 강한 순문학이었다면, 『목숨을 팝니다』는 대중성이 강한 엔터테인먼트소설로, 책을 펼친 순간 단숨에 읽게 만드는 흡인력을 갖고 있다.
목숨을 판다는 독특한 설정의 이 소설은 1968년 「주간 플레이보이」지에 연재된 후, 같은 해 12월 슈에이샤(集英社)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2015년 “기존의 미시마 유키오를 떠올리기 힘든 괴작의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는 카피를 새롭게 내걸면서 재조명받아, 그해에만 22만 부가 발행되었고, 대형서점 문고본 부문에서 연간 판매량 1위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2016년에는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이른바 ‘역주행’에 성공했고, 화제성과 인기에 힘입어 2018년에는 ‘BS TV 도쿄’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인간은 언제 삶에 집착하게 되는가?
통제 불가한 죽음에 가까워진 순간 깨어나는
인간의 생존 본능에 관하여
광고 회사에 다니는 주인공 하니오는 어느 날 신문 속 활자들이 갑자기 바퀴벌레로 보이기 시작하고, 삶에 염증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죽고 싶을 만큼 중대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신문의 활자들이 바퀴벌레 떼처럼 느껴진 순간 “세상은 이런 구조로 되어 있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삶에 대한 의지가 사라진 것이다. 그날 저녁, 하니오는 역에서 수면제를 한 움큼 삼키고 전철에 오르지만, 죽지 않고 병원에서 깨어난다. 자살에 실패하자 그는 더 이상 쓸모 없어진 목숨을 팔기로 결심하고 삼류 신문 구직란에 광고를 낸다.
“목숨을 팝니다. 원하시는 목적으로 써 주십시오. 저는 27세 남자. 비밀은 절대 보장, 결코 폐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광고를 보고 찾아온 손님들은 하니오에게 하나같이 황당무계한 의뢰를 한다. 범죄 조직 보스의 첩이 된 아내에게 접근해 내연 관계를 맺고, 그 사실을 들켜 아내와 함께 보스의 손에 죽임을 당해달라는 노인, 자살을 유도하는 약의 생체실험 대상이 되어 달라는 도서관 사서, 흡혈귀인 어머니의 연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소년 등…. 자기 목숨을 깃털처럼 가볍게 여기는 하니오는 이 모든 의뢰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수행하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매번 극적으로 살아남는다.
그러는 사이 그의 내면에도 점차 변화가 일어난다. 다른 사람에게 목숨을 내맡긴 이후로 삶이 더없이 홀가분해지고, 그 어떤 의무나 세상살이에 얽매이지 않는 해방감을 느낀다. 심지어 죽음을 코앞에 둔 순간에도 그는 시종일관 담담하고 초연한 태도를 보인다.
“하니오는 드디어 오늘 밤 죽으려는 참이었다. 거기에 자신의 의지가 단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는 점이 통쾌했다. … 목숨을 판다는 것은 무책임하면서도 멋진 방법이었다. … ‘내 인생은 이제 끝나간다.’라고 생각하자 가슴이 박하처럼 후련했다.”
목숨을 팔아 순식간에 큰돈을 번 하니오는 잠시 장사를 접고 느긋하게 쉴 공간을 찾는다. 하지만 또다시 이상한 사건들에 휘말리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 과정에서 그가 보여줬던 초연함과 담대함은 사라지고,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그를 서서히 집어삼킨다.
“다리의 통증은 옅어진 듯했지만 조금 전 그 남자가 아직도 바깥을 어슬렁거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목숨을 팔 때는 아무런 공포도 느끼지 않았는데, 이제는 마치 고양이를 안고 자는 것처럼 따뜻한 털북숭이 공포가 그의 가슴에 들러붙어 발톱을 단단히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 소설을 읽지 않고는 미시마 유키오에 대해 알 수 없다.”
작품 속에 드러난 미시마 유키오의 본심과
『목숨을 팝니다』가 오늘의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
『목숨을 팝니다』에서 작가는 변화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매우 섬세하게 그려낸다. 비현실적이고 터무니없는 에피소드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책장을 덮기 어렵고 슬며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어렵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미시마 유키오의 뛰어난 필력을 느낄 수 있다.
또한 1960년대에 발표된 작품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소재나 묘사 방식이 지금 봐도 신선하며, 고독과 무기력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을 번역한 최혜수 역자는 「옮긴이의 말」에서 이 소설을 통해 읽어낸 사회적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전한다. “사회가 욕망하고 강요하는 통념에서 별다른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의미 있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이 억지로 떠안긴, 판에 박은 듯한 입시-취업-결혼-내 집 마련 등으로 짜인 촘촘한 인생 계획표를 앞에 두고 수많은 사회적 통념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목숨을 팝니다』가 던지는 이러한 물음은 여전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 작품은 가볍게 즐기는 장르 소설의 성격을 띠면서도, 읽고 나면 글을 계속 곱씹게 만드는 여운을 남긴다. 『목숨을 팝니다』는 미시마 유키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2년 전인 1968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그는 주인공 하니오를 통해 소설 곳곳에서 자신의 생사관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세상이 의미 있는 것으로 변한다면 죽어도 후회가 없다는 마음과, 세상은 무의미하니 죽어도 상관없다는 마음은 어디에서 접점을 찾는 걸까? 하니오에게는 어차피 죽는 것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번역가이자 평론가인 다네무라 스에히로는 원서의 해설에서 “의외로 순문학 작품이 아니기에 아무도 그 안에서 영혼의 고백을 기대하지 않는 『목숨을 팝니다』 같은 소설에서야말로, 미시마 유키오의 ‘본심’이 은근히 새어 나온 것이 아닐까.”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후반부에서 하니오가 보여주는 심경 변화에 대해 “그것은 단지 하니오의 심정이라기보다는, 작가 자신의 생생한 내면 고백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니오가 작가의 내면이 투영된 인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작품 속 하니오의 독백이 한층 새롭고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목숨을 팝니다』는 다소 심오한 제목과 달리 ‘삶의 가치’나 ‘생명의 고귀함’ 등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지 않으며, 기상천외한 에피소드와 위트로 가득하다. 그러나 인생을 자포자기한 채 살아가던 하니오라는 인물이 우여곡절 끝에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말하지 않고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시대를 초월한 역주행 베스트셀러 『목숨을 팝니다』
미시마 유키오 탄생 100주년 맞아 출간
“박진감 넘치는 기발한 스토리. 이 책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함과 괴이한 매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 《뉴욕 타임스》
“일본 문학계의 거장이 쓴 흥미롭고 대중적인 장르 소설. … 이 초현실적인 이야기는 영혼을 잃어버린 도시를 날카롭게 풍자한다.” — 《가디언》
일본 독자들이 꼽은 ‘미시마 유키오의 최고작’ 중 하나인 『목숨을 팝니다』가 미시마 탄생 100주년을 맞아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되었다. 미시마 유키오는 『금각사』, 『가면의 고백』, 『봄눈』 등에서 독자적인 문체를 구축했으며, 노벨문학상 후보에 수차례 오르는 등 일본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이다. 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그의 작품 대부분이 자전적 성격이 강한 순문학이었다면, 『목숨을 팝니다』는 대중성이 강한 엔터테인먼트소설로, 책을 펼친 순간 단숨에 읽게 만드는 흡인력을 갖고 있다.
목숨을 판다는 독특한 설정의 이 소설은 1968년 「주간 플레이보이」지에 연재된 후, 같은 해 12월 슈에이샤(集英社)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2015년 “기존의 미시마 유키오를 떠올리기 힘든 괴작의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는 카피를 새롭게 내걸면서 재조명받아, 그해에만 22만 부가 발행되었고, 대형서점 문고본 부문에서 연간 판매량 1위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2016년에는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이른바 ‘역주행’에 성공했고, 화제성과 인기에 힘입어 2018년에는 ‘BS TV 도쿄’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인간은 언제 삶에 집착하게 되는가?
통제 불가한 죽음에 가까워진 순간 깨어나는
인간의 생존 본능에 관하여
광고 회사에 다니는 주인공 하니오는 어느 날 신문 속 활자들이 갑자기 바퀴벌레로 보이기 시작하고, 삶에 염증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죽고 싶을 만큼 중대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신문의 활자들이 바퀴벌레 떼처럼 느껴진 순간 “세상은 이런 구조로 되어 있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삶에 대한 의지가 사라진 것이다. 그날 저녁, 하니오는 역에서 수면제를 한 움큼 삼키고 전철에 오르지만, 죽지 않고 병원에서 깨어난다. 자살에 실패하자 그는 더 이상 쓸모 없어진 목숨을 팔기로 결심하고 삼류 신문 구직란에 광고를 낸다.
“목숨을 팝니다. 원하시는 목적으로 써 주십시오. 저는 27세 남자. 비밀은 절대 보장, 결코 폐를 끼치지 않겠습니다.”
광고를 보고 찾아온 손님들은 하니오에게 하나같이 황당무계한 의뢰를 한다. 범죄 조직 보스의 첩이 된 아내에게 접근해 내연 관계를 맺고, 그 사실을 들켜 아내와 함께 보스의 손에 죽임을 당해달라는 노인, 자살을 유도하는 약의 생체실험 대상이 되어 달라는 도서관 사서, 흡혈귀인 어머니의 연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소년 등…. 자기 목숨을 깃털처럼 가볍게 여기는 하니오는 이 모든 의뢰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수행하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매번 극적으로 살아남는다.
그러는 사이 그의 내면에도 점차 변화가 일어난다. 다른 사람에게 목숨을 내맡긴 이후로 삶이 더없이 홀가분해지고, 그 어떤 의무나 세상살이에 얽매이지 않는 해방감을 느낀다. 심지어 죽음을 코앞에 둔 순간에도 그는 시종일관 담담하고 초연한 태도를 보인다.
“하니오는 드디어 오늘 밤 죽으려는 참이었다. 거기에 자신의 의지가 단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는 점이 통쾌했다. … 목숨을 판다는 것은 무책임하면서도 멋진 방법이었다. … ‘내 인생은 이제 끝나간다.’라고 생각하자 가슴이 박하처럼 후련했다.”
목숨을 팔아 순식간에 큰돈을 번 하니오는 잠시 장사를 접고 느긋하게 쉴 공간을 찾는다. 하지만 또다시 이상한 사건들에 휘말리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 과정에서 그가 보여줬던 초연함과 담대함은 사라지고,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그를 서서히 집어삼킨다.
“다리의 통증은 옅어진 듯했지만 조금 전 그 남자가 아직도 바깥을 어슬렁거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목숨을 팔 때는 아무런 공포도 느끼지 않았는데, 이제는 마치 고양이를 안고 자는 것처럼 따뜻한 털북숭이 공포가 그의 가슴에 들러붙어 발톱을 단단히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 소설을 읽지 않고는 미시마 유키오에 대해 알 수 없다.”
작품 속에 드러난 미시마 유키오의 본심과
『목숨을 팝니다』가 오늘의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
『목숨을 팝니다』에서 작가는 변화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매우 섬세하게 그려낸다. 비현실적이고 터무니없는 에피소드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책장을 덮기 어렵고 슬며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어렵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미시마 유키오의 뛰어난 필력을 느낄 수 있다.
또한 1960년대에 발표된 작품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소재나 묘사 방식이 지금 봐도 신선하며, 고독과 무기력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을 번역한 최혜수 역자는 「옮긴이의 말」에서 이 소설을 통해 읽어낸 사회적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전한다. “사회가 욕망하고 강요하는 통념에서 별다른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의미 있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이 억지로 떠안긴, 판에 박은 듯한 입시-취업-결혼-내 집 마련 등으로 짜인 촘촘한 인생 계획표를 앞에 두고 수많은 사회적 통념 속에서 살아가는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목숨을 팝니다』가 던지는 이러한 물음은 여전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 작품은 가볍게 즐기는 장르 소설의 성격을 띠면서도, 읽고 나면 글을 계속 곱씹게 만드는 여운을 남긴다. 『목숨을 팝니다』는 미시마 유키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2년 전인 1968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그는 주인공 하니오를 통해 소설 곳곳에서 자신의 생사관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세상이 의미 있는 것으로 변한다면 죽어도 후회가 없다는 마음과, 세상은 무의미하니 죽어도 상관없다는 마음은 어디에서 접점을 찾는 걸까? 하니오에게는 어차피 죽는 것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번역가이자 평론가인 다네무라 스에히로는 원서의 해설에서 “의외로 순문학 작품이 아니기에 아무도 그 안에서 영혼의 고백을 기대하지 않는 『목숨을 팝니다』 같은 소설에서야말로, 미시마 유키오의 ‘본심’이 은근히 새어 나온 것이 아닐까.”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후반부에서 하니오가 보여주는 심경 변화에 대해 “그것은 단지 하니오의 심정이라기보다는, 작가 자신의 생생한 내면 고백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니오가 작가의 내면이 투영된 인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작품 속 하니오의 독백이 한층 새롭고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목숨을 팝니다』는 다소 심오한 제목과 달리 ‘삶의 가치’나 ‘생명의 고귀함’ 등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지 않으며, 기상천외한 에피소드와 위트로 가득하다. 그러나 인생을 자포자기한 채 살아가던 하니오라는 인물이 우여곡절 끝에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말하지 않고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목차
목숨을 팝니다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그는 경비실을 들여다보았지만 빈 의자만 놓여있을 뿐 아무도 없었기에 스스럼없이 안쪽에 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었다. 자신의 의지가 없이 실로 조종당하면서 걷는 것 같았고, 자신의 무책임한 해맑음이 자살을 결심하기 전과는 딴판이라고 생각했다. 인생이 경박함으로 넘치고 있었다.
“세상의 위험한 톱니바퀴를 움직이려고 잠깐 서로 협력했을 뿐 아닙니까? 보통 그렇게만 하면 세상은 꿈쩍도 하지 않지만, 제가 목숨을 버릴 작정을 하니 생각지도 않은 살인도 일어나는군요. 굉장하지 않습니까?”
“자네는 자동판매기 같고 기묘한 사내군.”
“맞아요. 동전을 넣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기계는 목숨을 걸고 일하죠.”
“자, 생쥐 군.”
그가 그렇게 말했지만 대답은 없었다. 생쥐는 대인기피증에 걸렸는지도 모른다. ‘시골 쥐 서울 쥐’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 생쥐도 어쩌면 시골 쥐라서 약아빠진 서울 쥐에게 속았고 대도시의 중압감에 짓눌렸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대도시 안에서 한 마리의 생쥐란 대체 어떤 존재인지를 고민하다가 결국 심한 발작을 일으켰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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