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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27805465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14-04-23
책 소개
목차
1부 지저귀던 저 새는
옛사랑
중국인 맹인 안마사
지저귀던 저 새는
징검돌 위에서
세월이 가면
변방에서
초당이라는 곳
샤파 연필깎이
어떤 무늬
이별
건너편 가을
안개인간
울음의 집
가난
그림자와 이별하다
오리온 크래커 별표 스티커
달걀 같은 잠
이별 후에는
스타게이트
폐정
황금빛 마개
돌멩이의 곁을 지나왔네
청도관
호두나무 한 그루의 마을
그믐달
나에게로 파도가 친다
늦은 밤에 거는 전화
청춘
백 년만의 폭설
2부 북쪽마을에서의 일 년
전나무 숲 속의 자작나무 한 그루
찬 밤하늘을 멀리 날아가는 한 마리 새
뒷마당의 새벽달
그 마당의 사과나무
눈 내리는 한밤의 전나무 숲
밤기차 이야기
흐르는 방
아침들
서머타임
크레센트 빌리지
꿈도 없이
북쪽마을의 봄나무
기차가 간다
서쪽행 편도
제스퍼 가는 길
두 번째 이별
언덕들의 세계
선셋 비치 파크
빈 의자의 깊이
숲 속의 피크닉
손바닥 우물
인디언 서머
열쇠와 필름과 무덤
효과 빠른 종합 감기약
이민
얼음 평원
주유 그리고 주유
해설
저자소개
책속에서
상해의 변두리 시장 뒷골목에
그의 가게가 있다
하나뿐인 안마용 침상에는 가을비가
아픈 소리로 누워 있다
주렴 안쪽의 어둑한 나무 의자에 곧게 앉아
한 가닥 한 가닥
비의 상처들을 헤아리고 있는 맹인 안마사
곧 가을비도 그치는 저녁이 된다
간혹 처음 만나는 뒷골목에도
지독하도록 낯익은 풍경이 있으니
손으로 더듬어도 잘 만져지지 않는 것들아
눈을 감아도 자꾸만 가늘어지는 것들아
숨을 쉬면 결리는 나의 늑골 어디쯤에
그의 가게가 있다
―「중국인 맹인 안마사」
도마 위의 양파 반 토막이
그날의 칼날보다 무서운 빈집을
봄날 내내 견디고 있다
그토록 맵자고 맹세하던 마음의 즙이
겹겹이 쌓인 껍질의 날들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마르고 있다
―「옛사랑」
가끔씩 내 귓속으로 돌아와
둥지를 트는 새 한 마리가 있다
귀를 빌려준 적이 없는데
제 것인 양 깃들어 울고 간다
열흘쯤을 살다가 떠난 자리에는
울음의 재들이 수북하기도 해
사나운 후회들 가져가라고 나는
먼 숲에 귀를 대고
한나절 재를 뿌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열흘 후는
울음 떠난 둥지에 아무것도 남아 있질 않아
넓고 넓은 귓속에서 몇 나절을 나는
해변에 밀려 나온 나뭇가지처럼
마르거나 젖으며 살기도 한다
새소리는
새가 떠나고 나서야 더 잘 들리고
새가 멀리 떠나고 나서야 나도
소리 내어 울고 싶어진다
―「지저귀던 저 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