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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수첩

신부 수첩

조혜은 (지은이)
  |  
문예중앙
2016-06-08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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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수첩

책 정보

· 제목 : 신부 수첩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27807704
· 쪽수 : 132쪽

책 소개

문예중앙시선 44번째 시집. 이번 시집은 2012년에 나온 첫 시집 '구두코'에 이은 두 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사랑의 폭력성’을 테마로 하여 불행을 응시하는 눈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이 사랑을 모독하고 질식시키는 장면을 보여준다.

목차

1부

가장
이방인-엄마에게
폭력-손 4
공범자
플루트 교실
물감
청소-세 식구
오층
영통
소아과 병동으로 가는 길

2부

관광지-우리
신부 수첩-식탁
청소-맞벌이 부부
열사병-뜨거운 이별
이불
신부 수첩-세탁기
장마-통화
장마-휴일
견딜 수 있는 겨울-육하원칙에 의한 추리
한밤의 음표

3부

개인 과외-제2신도시
팔꿈치-슬픈 운명
고통의 감각
우리
유령-1402호 산부인과 병동
이마-용서
명함
겹쳐진 속옷의 날들-은폐에 대하여
식탁-침묵이 흐르는 시간
전문가-우리
미식가들 2
유행-잘못
동네-폭력의 역사
손 3-동정
비누 사용법
아파트
홍차가 나오는 시간

4부

노란 봉투-소송
우리의 순간-탄생
거위-선숙이에게
관람객
A 병동
이별
가구를 파는 꿈
웨딩 마치-아름다운 삶
짐승-아내
압화
금요일의 소풍-소송
당신과 헤어졌다
3층의 소녀
다정한 엄마
만삭-간장 3호에게
가정

해설

책속에서

꿈을 꾸었다. 당신이 나오지 않는 꿈을 꾸었다. 너는 애인이 있었고, 부를 수 있는 애인들의 이름을 만지고 있었지. 애인 중 한 명의 얼굴로, 내가 그토록 원하던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을 열었지.

달 옆에는 항상 가장 빛나는 별이 하나 있대. 언젠가 당신이 사막에서 들고 온 가장 인상 깊은 말이었다. ‘항상’이라는 말은 거짓된 평정심을 불러일으켰고. 우리는 서러워 서글펐다. 자고 있던 나의 항문에 당신이 오래도록 성교를 한 날이었다. 나의 몸에 있는 구멍이 모두 막혀 항문을 찢을 수밖에 없었다고 꿈속에서는 달이 빛나고 있었지.

그날 네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불후하고 아름다운 날이었다. 당신이 가장의 권위를 주장할 때, 나는 음울하고 온화한 유령의 아내를 가장했지. 양쪽에 구멍을 뚫은 달걀의 한쪽을 불 때처럼, 노른자를 닮은 변이 변기 속으로 쏟아져 들었다. 아이는 재미난 듯 입을 모아 후후 불었다.

그날 너와 내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당신에게 모멸감을 주는 나를 떠올리려고 했다. 나는 뒷모습이었다. 가보지 못한 사막 어딘가에서, 그날 밤에도 별이 빛나고 있었다.
―「가장」 전문

너무 슬픈 것 같아.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짓밟힌 낯선 얼굴로 네가 말했다. 어제의 문장에 머무르지 않아. 내가 말했지. 일찍 밤이 찾아오거나 혹은 영원히 밤 같은, 밤의 의미가 상실된 도시에서. 늘 서둘러 겁을 집어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서툰 풍경의 사람들. 폭우가 몰아치는 거리를 피해 너는 집으로 달아나려 입을 벌렸고, 나는. 나를 기다렸다. 정말 무서운 건 폭우를 피해 달아날 수 있는 새로운 다리가 놓이는 일이지. 너와 나 사이에 여유롭게 구조물을 놓으며. 준비가 되면 호흡하는 바른 방법을 배우고 호흡할 수 있길 바랐지. 너와 내가 공통의 분모를 가진 우리가 되길. 관광지처럼 빠르게 달아오르고 재빨리 잊힌 뒤 영영 그리워지길 바라진 않아. 정말 슬픈 건 관광지를 떠나 마지막을 맞는 나의 마음이었다. 우리는 끝이 나야 해. 너는 끝없는 여행을, 나는. 또 다른 나를. 너에게 나는 그리운 말이었다. 나는 매일 밤 나를 흉내 냈다. 관광지에서. 우리가 서로 멀어지다가 우연히 만나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지길. 겹쳐진 많은 날들이 날 선 문장을 선물하고. 우리는 걷고 있었다.
관광지가 되는 건 너무 슬픈 것 같아. 사랑은 질병 같았다.
―「관광지-우리」 전문

서를 구한다. 나는 누워있다. 고통이 서려, 잠들기 위해 하루 두세 번은 잠에서 깨어 이마를 기울인다. 체념을 닮아가는 이마. 아름다운 이마. 상심에 순응하는 이마의 각도를 재어본다. 기울인 얼굴에서 이마가 차지하는 각도를 빼자, 이마를 닮은 아기가 태어난다. 무릎도 팔꿈치도 주름도 없는 아기가 내 상심에 기대 이마를 기울이고 누웠다. 이제 상처를 자처하는 이마. 긁어내고 파내고 도려내도 잠에서 깨지 않는 이마. 새벽빛이 파도처럼 나의 주름진 이마에 머물고 당신의 이마가 말라간다. 더 이상 나아질 수 없는 우리의 세계에 ‘깨끗이 나을 수 있다면’하고 당신이 속삭인다. 아름다운 당신. 이마를 기울이는 것 이마를 긁는 것 말고 잠에 들기 위해, 잠에서 깨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아름다운 이마. 셋에서 하나를 뺀다. 우리가 남처럼 기운다. 아기가 나의 표정을 훔쳤다. 둘이 되기 위해 우리가 버릴 게 있을까. 깨끗이 하나가 될 순 없을까. 당신의 이름을 닮은 이마. 아름다운 선형의 이마. 우리가 여윈다. 슬픔과 또 진심어린 슬픔이 진지하게 뒤섞인 당신과 나라는 세계에는 이마라는 무늬가 있다. 용서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이마-용서」 전문

우리는 오래도록 남아 수족관이 되었다. 물범을 보려고 몸을 일으키던 아기가 바닥에 떨어져 뒤통수를 박기 전까지. 아기의 손바닥이 축축해졌다. 커다란 슬픔이 권태를 만들었다. 울다 지친 아기가 다시 웃기 시작했다. 우리는 수조 앞에 홀로 남겨질 때마다 눈을 크게 떴다. 누군가 대걸레로 바닥을 닦았다. 감색 옷을 입은 물고기였다. 수조의 바깥에 비친 물고기의 한쪽 눈이 막막했다. 남겨진 우리는 수조의 안쪽에 버려진 물고기의 남은 눈을 예감하고 두 발을 오그렸다. 보이지 않고 존재하는 평범한 관람객이 되고 싶었다. 끊임없이 카메라 셔터가 눌러졌다.
누군가 가까운 죽음을 방송했다. 마지막 수중발레 공연을 기다리던 관람객들은 수달이 있는 수조 앞에 모여들었다. 당신이 먹이인 척 수조 앞에 쓰레기를 던졌다. 물보라가 일었다. 관람객들은 잇몸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싸움인 듯 사랑인 듯 먹이를 향해 서로의 몸을 물어뜯던 두 마리 수달은 바닥에 가만히 포개 누웠다. 이 속에서 고스란히 늙어 죽기를. 끔찍한 동맹을 맺는 그들의 등은 아름다웠다. 서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우리는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동료였다.
괴기스러운 모양의 수조들은 죽은 짐승의 뼈처럼 앙상한 시간들로 채워져 있었고, 알록달록할수록 쓸쓸했다. 끊임없이 카메라 셔터가 눌러졌다. 유모차 안에 홀로 남겨진 아기는 렌즈 덮개를 빨다 잠이 들었다. 수족관의 모든 울음이 잦아들었다. 가야 할 시간이 지나도록, 우리는 오래도록 쓸쓸했다. 보이지 않는 측면이 되어 수조에 남았다.
―「관람객」 전문

나는 몸통을 잃는다.

너의 사랑은 기형적이었고 일그러진 형태로 바닥에 짓뭉개져 있었다. 너는 너를 사랑하기 위해서 내 발목을 잡거나 칼끝으로 내 코를 잘라 내거나 망치로 내 손가락을 때려 하나씩 뜯어냈다. 하루는 자고 있는 나의 자궁에 구덩이를 파서 주먹을 집어넣고는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었다. 너는 너를 사랑하기 위해서 나를 괴롭히는 이유를 댔다. 너는 어디에서 왔을까? 너는 누구일까? 가끔 나는 의아했다. 어째서 너는 나를 괴롭히는 것을 정당하게 인정받게 된 걸까. 나는 어디서 살고 있는 걸까. 너는 네가 하는 말의 즐거움을 위해 나를 모독하고 몰아세워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너의 부모는 자기 자식의 즐거운 놀잇감을 보내주지 않으려고 내 자식들의 목덜미를 잡았다. 너의 가족은 누구일까. 나는 너라는 말이 끔찍했다. 너는 우리의 아이가 든 나의 배를 주먹으로 힘껏 누르며 즐거운 듯 재잘거렸다. 아이의 팔다리가 무의미하게 짓이겨져 일정한 무늬로 흘러내렸다. 그런 너에게 결혼이란 참 합리적인 제도였다. 그곳에서 너는 어떤 처벌도 사랑이란 말로 무마하며 결코 나와는 행복하지 않았다.
―「가정」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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