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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서양철학 일반
· ISBN : 9788930040792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21-06-25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7
서문 11
1 장 사상사 대(對) 개념사: 연구 방법 19
2장 루소에서 사르트르로: 인정과 자아상실 33
3장 흄에서 밀로: 인정과 자기통제 95
4장 칸트에서 헤겔로: 인정과 자기결정 151
5 장 사상사적으로 비교해 본 인정:
체계적 결산 시도 209
옮긴이 후기 267
지은이ㆍ옮긴이 약력 273
책속에서
악셀 호네트의
《인정: 하나의 유럽 사상사》 한국어판 서문
이제 한국어로 선보이는 이 연구에서 나는 인정 개념이 근대가 시작된 이래로 오늘날까지 발전해 온 궤적을 재구성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그런 작업에서 나의 시각은 내 자신의 지적인 사회화 과정으로 인해 나에게 가장 가까운 서유럽의 정신적 공간만을 향하고 있다. 이 개념사적 연구에서 나는 서유럽 전부도 포괄하지 못했고, 단지 서유럽의 세 문화적 중심, 즉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독일만을 다루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포함하는 지중해 전 지역도, 중부 유럽의 이웃 나라들도 포함시킬 수 없었다.
나의 연구는 서유럽의 봉건질서가 해체되면서 비로소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의 어떤 속성에 기반하여 어떻게 서로 긍정적으로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인가 하는 물음이 긴박해졌다는 논제에서 출발한다. 전에는 각자가 속한 신분에 의해 확고하게 규제되었던 것이 점차 의심스럽게 되면서, 이제 새롭게 관계를 맺는 주체들은 서로를 상호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에 대해 물어야 했다.
앞의 세 문화적 공간을 살펴보면서 나는 상호작용관계의 이러한 구상에서 세 나라 사이에 매우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그 차이는 각 나라가 마주한 정치적 경제적 도전들과 관련이 있어 보였다. 프랑스어권에서는 일상적 의사소통관계에서 사회적 구별 짓기가 갖는 막대한 중요성 때문에 주체들 사이의 인정이 항상 허위와 위선, 따라서 진실성의 상실이란 위험과 결부되었다. 시장이 사회적 생활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했던 영국 문화권에서는 반대로 주체들이 서로를 관찰한다는 사실이 도덕적 공통감각의 형성을 위한 기회로 여겨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전히 건재한 귀족에 맞서 시민계급의 해방이 중요했기 때문에 프랑스 및 영국과는 다른 종류의 도전에 직면해 있던 독일어권에서는 상호 인정이 모든 사회성의 필요조건이 되었고, 이로부터 사회적 평등에 대한 요구가 도출되었다.
이러한 세 가지 인정 동기를 종합하는 시도로 이 연구를 마무리했을 때 나는 이 재구성 결과가 아직 잠정적일 수밖에 없음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일단 나는 다른 문화권에서는 더 이상 신분질서나 전통적 행위 규정에 묶여 있지 않은 주체들의 상호작용이 아주 다른 사회적 현상 및 결과들과 결부되지는 않았는지를 전혀 검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나는 이 작은 책이 다른 언어로 번역되는 행운을 얻을 때마다 이 책이 그곳의 문화권에서 인정 개념의 형성에 관한 연구를 자극할 수 있었으면 하는 희망을 품어왔다. 그 문화권이 서부 유럽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정신적으로 낯선 곳일수록, 그런 연구를 통해 인정 개념의 전혀 다른 계보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나의 희망은 더욱 강하다.
이런 점에서 이제 기쁘게도 출간되는 이 한국어 번역은 내가 오래 고대해 온 진정한 행운이다. 유구하고 뜻깊은 역사를 가진 한국에서도 분명 사람들이 오래된, 아마도 유교적으로 짜여진 행위 유형에서 벗어나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관계를 완전히 새로운 개념들로 해석해야만 했던 역사적 순간이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개념들이 어떤 어휘로 구성되어 있고 유럽의 인정 개념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앞으로 언젠가 알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나의 큰 희망이 이 책의 한국어판 출간과 결부되어 있다.
나의 책이 좋은 한국어 번역을 얻으리라는 것에 대해 나는 처음부터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것이 나에게는 또 하나의 행운인데, 이 번역을 칸트 윤리학에 정통할 뿐 아니라 칸트 이후 철학의 전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철학자인, 나의 예전 제자 강병호가 맡아주었기 때문이다. 번역 작업 동안 이 책의 몇몇 까다로운 지점에 대한 그의 질문들에서 벌써 나는 그가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쓸 때 이미 증명했던 바로 그러한 엄밀함과 총명함 그리고 언어적 섬세함을 가지고 번역 작업에 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이 작은 연구가 가능한 최고의 번역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다가가게 되었다고 확신한다.
강병호가 이 작업에 바친 노력과 정성에 대해서 나는 무한히 감사한 마음이다. 이 책이 한국에서 인정 동기의 역사에 대한 연구를 자극할 수 있었으면 하는 나의 희망 역시 실현될 것인지는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서
2021년 1월에
악셀 호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