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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프랑스철학
· ISBN : 9788932028569
· 쪽수 : 248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아듀
맞아들임의 말
Ⅰ
Ⅱ
Ⅲ
Ⅳ
Ⅴ
Ⅵ
옮기고 나서
리뷰
책속에서
오래전부터, 아주 오래전부터 저는 두려웠습니다. 에마뉘엘 레비나스에게 “아듀”라고 말해야 할 날이 말입니다.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그것도 큰 목소리로, 이 자리에서, 그의 앞에서, 그와 이렇게 가까이서, 아듀라는 이 말을 발음하는 순간, 제 목소리가 떨리리라는 것을. “아-듀a-Dieu”[신Dieu-에게로a], 이 말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에게서 가져온 것입니다. 그는 이 말을 제가 달리 생각하도록 또는 달리 발음하도록 가르쳐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죽음, 그것은 먼저 무화無化; aneantissement나 비-존재, 또는 무이기 이전에 일종의 경험, 살아남은 자가 겪는 “응답-없음”의 경험입니다. 이미 『전체성과 무한』은 죽음을 “무로의 이행”으로 보거나 “다른 실존으로의 이행”으로 보는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전통적 해석을 의문시합니다. 죽음을 무와 동일시하는 것은 카인과 같은 살인자가 바랄 법한 일이지요. 레비나스는 카인이 “죽음을 이렇게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무는 이제 “일종의 불가능성”으로서, 또는 더 정확히 말해 금지로서 제시됩니다. 타인의 얼굴은 내게 살해를 금지시킵니다. 타인의 얼굴은 내게 말하지요. “죽이지 말라.”
저는 중단이라는 말을 들으면, 제가 레비나스에게서 감지했던 중단에 대한 불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그는 전화 통화를 하다가 매 순간 단절과 침묵 또는 소멸을, 타자의 “응답-없음”을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문장들을 말하는 사이에 또 때로는 문장 중간에서도 곧바로 “여보세요, 여보세요”라고 상대방을 다시 부르곤 했지요.
우리가 살아 있다고 알아온 사상가, 우리가 읽고 거듭 읽어온 위대한 사상가가 침묵한다면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