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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32030654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그랜드 호텔
옮긴이 해설 · 그랜드 호텔, 다양한 인생이 마주치는 곳
작가 연보
기획의 말
리뷰
책속에서
“오늘 도착합니까?” 그가 놀라서 말을 내뱉고 더 사납게 노려보았다. “알겠습니다. 오늘 도착하는군요. 좋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묵을 방은 있나요? 그렇다면 방이 있었다는 얘기군요. 맙소사, 어떻게 총회장이 묵을 방은 있고, 내가 묵을 방은 없다는 겁니까!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말이 안 됩니다. 무슨 소린가요? 먼저 예약을 했나요? 나도 예약을 했습니다! 오늘 나는 세번째로 온 겁니다. 무거운 트렁크를 끌고 오늘 세 번 왔습니다. 비가 오고 있어요. 버스는 만원이고, 난 건강이 안 좋습니다. 내가 아직도 몇 번을 더 와야 하는 겁니까! 뭔가요? 왜 이러죠?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여기가 정말 베를린에서 제일 좋은 호텔입니까? 그래요? 그렇습니까? 좋습니다. 나도 최고 호텔에 투숙 좀 해봅시다. 안 되는 겁니까?”
“네, 하지만 당신은 삶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오터른슐라크가 물었다. “선생께서 생각하는 그런 삶이 있을까요? 원래의 것은 항상 어딘가 다른 곳에 있는 법이죠. 젊었을 적에는 나중에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전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있으면 저기에 있다고, 인도에, 아메리카에, 포포카테페틀 산이나 뭐 그런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데 가면 삶은 사라져서, 당신이 떠난 바로 이곳에서 조용히 당신을 기다립니다. 인생은 호랑나비 잡으러 다니는 나비 채집꾼 꼴입니다. 날아가는 것을 보면 참 멋있지요. 하지만 잡고 보면 색이 다르고 날개도 상하기 마련이죠.”
크링엘라인은 걸어가면서 잔뜩 긴장했다. 너무 긴장해서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는 혼자 뭐라고 말할지 생각해보았다. ‘안녕하십니까, 프라이징 회장님, 아침 식사가 좋지요? 네, 저도 그랜드 호텔에 묵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럼 안 되나요? 우리 같은 인간은 그러면 안 되나요? 그렇습니다. 우리도 살고 싶은 대로 살아도 됩니다.’
[……] 그는 눈으로 프라이징을 찾았다. 프라이징과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프라이징과 해결할 것이 있었다. 원래 그는 그것 때문에 그랜드 호텔에 온 것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프라이징 씨’라고 그는 말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