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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88932036274
· 쪽수 : 170쪽
· 출판일 : 2020-05-08
책 소개
목차
꿈의 노벨레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리뷰
책속에서
"스물네 명의 구릿빛 노예들이 호화찬란한 갈레선의 노를 젓고 있었습니다. 이 배는 암기아트 왕자님을 칼리프의 궁전으로 모시고 가는 중입니다. 그런데 왕자님께서는 진홍빛 망토로 몸을 감싼 채 갑판에 홀로 누워 계셨습니다. 검푸른 저녁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히 박혀 있고, 그리고 왕자님의 시선이....."
“우린 분명 눈길이 마주쳤었지. 그 남잔 미소를 짓지 않았어. 아니 오히려 표정이 어두워진 것처럼 보였는데, 내 표정도 분명 비슷했을 거야. 내 마음이 그렇게 흔들린 건 생전 처음이었으니까. 난 꿈속을 헤매며 온종일 해변에 누워 있었지. 그 남자가 날 불러준다면 난 뿌리칠 수 없었을 거야. 그 당시 내 생각으론 확실했어. 모든 걸 다 각오하고 있었지. 당신, 아이, 나의 미래, 모두 내던질 생각이었으니까, 마음의 결정을 내린 거나 마찬가지였지. 그런데 동시에 말이야. 당신이 이런 내 마음을 알기나 할까? 당신은 내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소중했어. 바로 그날 오후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당신도 분명 기억할 거야. 우린, 운명을 따라야 한다는 듯이 온갖 잡다한 일들을 정말 두서없이 주절거렸어. 우리가 함께할 미래, 그리고 아이에 대해서도.”
“우리는 아마 10초 동안 입을 반쯤 벌린 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어. 엉겁결에 난 그녀에게 손을 뻗었지, 그녀의 눈에서 헌신과 환희의 빛을 읽을 수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그 여자아이는 머리를 세차게 도리질하더니 팔 하나를 벽에서 떼어내 손짓으로 그곳을 떠나라고 명령했어. 그리고 내가 뜸을 들이며 곧바로 움직일 생각을 않자, 그녀의 어린애 같은 두 눈에 몸을 돌릴 수밖에 없을 만큼 절박한 부탁과 애원의 빛이 어리는 것이었어. 난 가능한 한 재빨리 내 길을 계속 갔어.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어. 그러나 그건 말이야, 그녀를 배려해서도 아니고 그녀의 명령에 순종해서도 아니야. 그렇다고 무슨 기사도 정신에서 그랬던 것도 아니야. 그 이유는 단지, 그 아이의 마지막 눈빛에서 내가 여태껏 체험한 그 모든 걸 뛰어넘는 흔들림을 느꼈기 때문에 난 민절해서 쓰러질 뻔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