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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1575
· 쪽수 : 172쪽
· 출판일 : 2023-06-09
책 소개
목차
공현진,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7
인터뷰 공현진 × 최선교 41
김기태, 「롤링 선더 러브」 57
인터뷰 김기태 × 소유정 103
하가람, 「재와 그들의 밤」 121
인터뷰 하가람 × 이희우 153
리뷰
책속에서
이런 유의 사고가 나면 뉴스에서는 떠들었다. 안전 불감증 ‘여전’,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 뭘 모르는 소리였다. 안전보다 중요한 건 많았다. 빨리 돈을 벌어야 했다. 빨리 잠을 자고 싶었고, 빨리 쉬고 싶었다. 빨리 화장실에 가고 싶었고, 빨리 밥을 먹고 싶었다. 빨리 집에 가야 했다. 그러려면 일을 해야 했다. 일! 일을 해야 했다. 일을 하려면 일이 있어야 했다. 안전을 지키면 그만큼 속절없이 시간이 흘렀다.
―공현진,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어떤 말들은 너무 부당했다. 사람들은 나이와 직업과 외모를 초월한 사랑이 더 진실하다 여기면서도 정말 그것들을 초월하려고 시도하면 자격을 물었다. 인생을 반도 안 산 사람에게 어떻게 ‘도태’되었다는 표현을 할 수 있는지, 596명이나 거기에 추천을 누르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의아했다. 맹희 자신도, 감자도 토마토도 양파도 그들이 비난하는 만큼의 잘못을 한 건 아니었다.
―김기태, 「롤링 선더 러브Rolling Thunder Love」
내 오른손 아래로 고등학생인 추자 씨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허공에 매달린 마른 장작처럼 축 늘어진 두 팔과 뼈마디가 도드라져 보이는 다리. 앙상하게 팬 두 뺨. 10년 전 내 모습과 꼭 닮은 사람이 그곳에 붙박여 있었다. 투명한 필름을 벗겨내 그 사진을 빼내었다. 이 사진을 여기까지 가지고 온 추자 씨는 오히려 그 시절을 빠져나온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환하게 웃고 있는 추자 씨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가람, 「재와 그들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