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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2043449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4-12-06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침잠의 미학: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2장 세계에 대한 믿음: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3장 번개, 여자, 타나토스: 나루세 미키오
4장 리얼 스스로 말하게 하라: 지아장커
5장 기관 없는 희망: 켈리 레이카트
6장 유머의 영성: 코엔 형제와 아키 카우리스마키
7장 붕괴와 추앙 사이: 박찬욱과 박해영
에필로그
미주
출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열대병>은 두 사람이 함께 살아낸 공통의 사랑도 궁극적으로는 서로 다른 두 실재로 분열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 깊은 친밀성의 영역에서조차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없다. 우리는 그저 자신이 만든 기억과 관점과 이미지와 욕망의 구축물에 갇혀 살아간다. 이것이 어쩌면 영화, 뇌, 생명의 쓰라린 공통점일지도 모른다. <열대병>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소통하지 못하듯, 통과 켕은 분리된 채 하나로 융합되지 못한다. 통의 실재는 켕의 실재와 접점이 없다. 이들은 모나드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접촉은 짧은 시간 주먹을 핥아주는 것, 혹은 죽여 그 살을 먹음으로써 영혼을 흡수하는 것뿐이다._1장 「침잠의 미학」
하지만 ‘세계’를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디서 우리는 그것을 배우는가? 들뢰즈에 의하면, 그것은 (좋은) 영화를 통해서다. 말하자면 영화는 20세기에 나타난 새로운 예배의 형식이다. 그것은 ‘인식’ 장치나 ‘오락’ 장치이기 이전에 ‘믿음’의 장치였다. 교회나 성당이 아닌 극장에서 수행되는 예배… 그래서일까? 엔딩 크레딧이 내려가고 햇빛에 눈을 찡그리며 극장을 나설 때, 우리는 언제나 약간의 현기증과 수치심을 느끼며, 금지된 종교를 숭배하고 온 자들처럼, 영화가 주던 기만적 현실감을 결코 압도하지 못하는 저 허약하고 구멍 뚫린 공허한 실제 세계로 어색하게 숨어들지 않던가? _2장 「세계에 대한 믿음」
영화는 이 구텐베르크 은하계의 ‘바깥’으로 가는 한 출구다. 비상구exit다. 영화적 인간은 안티-돈키호테다. 그는 꿈을 꾸지도, 구성하지도, 해석하지도 않는다. 세계를 자신의 의지대로 능동적으로 자유롭게 상상하지 못한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세계를 볼 수밖에 없다. 자아와 세계를 매개하던 언어의 권력은 스크린 앞에서 정지한다. 세계를 상상하고 구성하던 자아도 무력해진다. 영화적 주체가 스크린을 바라볼 때 주도권을 잡는 것은 문자로 쉽게 담아낼 수 없는 구질구질하고 퀴퀴하고 난잡하고 때로는 혼돈스럽게 생동하는 이미지들이다._2장 「세계에 대한 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