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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3531
· 쪽수 : 172쪽
· 출판일 : 2025-03-14
책 소개
목차
바우어의 정원 강보라
인터뷰 강보라×홍성희
스무드 성해나
인터뷰 성해나×이소
남은 여름 윤단
인터뷰 윤단×소유정
리뷰
책속에서
가로등 아래 춤추는 눈송이들. 창문을 장식한 색색의 전구들. 구세군의 맑은 종소리. 노점에서 풍기는 어묵 냄새. 사람들의 웃음소리…… 눈 내리는 연말의 밤거리를 통과하면서 은화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감각했고, 그러는 동안 천천히 비참해졌다. 어린 은화는 배우로서 그 비참함을 잘 간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만큼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그녀 자신의 것이었으므로. 작고 파란 불씨 하나가 그녀의 정원 안에서 고요히 타올랐다.
―강보라, 「바우어의 정원」
미스터 김은 가방에서 ‘타이극기’를 꺼내 내게 쥐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활기차게 흔들었다.
흔들어요. 같이 흔듭니다.
처음엔 조금 민망하기도 웃기기도 했으나, 나는 곧 그 상황에 적응했고 미스터 김처럼 음악에 맞추어 ‘타이극기’를 흔들었다. 미스터 김과 ‘열사’들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미스터 김은 카메라를 보며 미소 지었고 우리 양옆 그리고 앞뒤에 서 있는 노인들도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거나 거부감 없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내 손을 쓰다듬고 등을 토닥이며 한국어로 무어라 말하는 노인들도 있었다. 미스터 김은 그들이 나를 대견해한다고 했다.
당신도 ‘열사’예요. 우리처럼요.
―성해나, 「스무드」
얼마 후 파란 소파는 사라졌다. 서현은 소파가 없어지는 순간을 보지 못했고 결국 누가 가져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갑작스럽긴 했으나 이번에는 왜,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보다는 드디어……라는 느낌에 가까웠다. 소파 없는 길가는 파란 색감을 상실한 풍경으로 보였다. 서현은 소파가 있던 자리에 미세한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철거된 건물의 빈자리처럼, 옷 입은 부분만 타지 않은 피부처럼. 땅도 햇볕에 데며 알게 모르게 변색되는 걸까. 서현은 소파가 있던 자리를 분명 알아볼 수 있었다.
―윤단, 「남은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