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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2405070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1-09-30
책 소개
목차
버너 자매
제1부
제2부
징구
로마열(熱)
주
해설―뒤틀린 삶의 틈새에 낀 불완전한 인간들
판본 소개
이디스 워튼 연보
리뷰
책속에서
그녀는 그 뒤로 한참 동안 꿈 같은 황홀경에 잠겨 있었다. 아무리 삶이 궁핍할지라도 절대로 빼앗길 수 없는 그 무엇이 삶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그녀가 소녀였을 적에 엄마가 금색 목걸이를 주었는데, 잠옷 안에 숨겨 뒀다가 어둠 속에서 침대에 걸터앉아 살짝 꺼내 봤던 그 금색 목걸이처럼 무엇인가 아주 중요한 것을 얻은 것 같아 감정이 북받쳤다.
다음 날 아침, 래미 씨와 그의 아내는 세인트루이스로 향하고 앤 엘리자만 가게에 홀로 남았다. 미스 멜린스와 호킨스 부인과 조니가 뒷방의 장식을 떼고 청소하는 것을 도와주려고 들렀을 때, 겉으로는 첫 이별의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앤 엘리자는 그들의 친절을 당연히 고맙게 생각했지만, 그들이 ‘위로’라 믿고 건네는 말들은 그녀에게 빈껍데기와 같았다. 그녀는 익숙하고 따뜻한 그들의 존재 바로 저편에 ‘고독’이라는 손님이 문 앞에 서서 기다리는 것을 봤다.
요즘 들어 그녀는 하느님이 한 개인을 지켜 준다고 더는 믿지 않았다. 만약 돈을 빌리는 대신 어쩔 수 없이 훔쳐야만 한다면, 그 정당성을 심판하는 것은 신이 아닌, 오로지 자기 양심의 잣대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돈을 빌려 줄 수 있느냐고 실제로 요청하는 순간은 여전히 굴욕적이고 씁쓸했다. 그녀는 미스 멜린스가 자기처럼 상황을 초연하게 봐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미스 멜린스는 매우 친절했지만 친절을 베풀어 주는 대가로 여러 질문을 던질 권한이 당연히 있다고 생각했다. 앤 엘리자는 동생의 비참한 비밀들이 자기 입에서 조금씩 새어 나와 재봉사의 소유물이 되어 가는 것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