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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32472409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_ 벽, 공간의 뼈대
1 여기
쇼윈도_ 천국의 꿈 이미지로 치장된 시간과의 전장
화장실_ 애착과 배척이 공존하는 공간
서점_ 위엄으로 오연한 정신들의 공간
극장_ 일상의 쩨쩨함을 견디기 위한 공간
흡연실_ ‘멸종 위기종’이 내몰린 최후의 도피처
커피숍_ 대중화와 고급화의 역설이 엇갈리는 공간
편의점_ 인스턴트 라이프의 경이로운 요약
지하철_ 서로 사랑할 수도 죽일 수도 있는 공간
계단_ 기능적 편리가 일상의 벽이 되기도 하는 자리
피트니스센터_ 제 몸과 반성적 대화를 나누는 공간
택시_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여론의 나침반
교실_ 빛으로 채워진 기능 과잉의 공간
2 저기
낚시터_ 희망을 낚으며 자아를 긍정하는 공간
작업실_ 손이 손답게 활개치는 공간
서울역_ 온기와 표정을 잃어버린 도시의 얼굴
찜질방_ 진화하는 온기의 공간
로또방_ 삭막한 꿈의 공간
국제공항_ 맞서는 이미지들의 공간
캠핑장_ 일상이 유희가 되는 ‘일상’ 너머의 공간
건강검진센터_ 존재론적 두려움이 극대화하는 공간
숲_ 태고의 공간 감각을 일깨우는 공간
서울대_ ‘유배지’에서 ‘요새’로
의자_ 한 사람 분의 고독, 꿈, 시간, 기억이 머무는 자리
3 거기
아궁이_ 마음이 열리고 마음을 데우는 자리
외딴 방_ 한 고독한 이별의 자리
국립묘지_ 불멸하는 정신의 공간
처마_ 아늑한 은신과 조망의 공간
수술실_ 다기한 가치들이 대치하는 멸균의 통제 공간
구치소_ 접견실 두려움과 온기가 교차하는 자리
지하_ 죽음과 삶을 함께 보듬는 거처
농성장_ 벅찬 희망과 아득한 절망이 맥놀이하는 공간
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공간_ 시간이 공간과 하나되는 자리
빈소_ 여밈의 의미를 묻고 생각하는 공간
지금, 여기_ 빙판길처럼 미끄러운 자리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일상에서 우리가 기억이라고 부르는 것도 공간화한 기억이다.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끊임없이 유년의 마을과 길과 집과 방들을 소환하는 까닭도, 추억이란 게 벌집 같은 공간 속에 특정의 시간들을 압축-공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슐라르가 『공간의 시학』에서 한 말처럼 “기억을 생생하게 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공간이다. (……) 우리들이 오랜 머무름에 의해 구체화된 지속의 아름다운 화석들을 발견하는 것은, 공간에 의해서, 공간 가운데서인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공간은 관계에서 유리된 채 대상화하거나 진부한 비유 속에 갇혀 굳어져 버린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공간의 성격이나 표정에 대한 환기만으로도 우리가 누리는 공간의 가치를 느끼고 누려 볼 수 있지 않을까.
- <들어가며: 벽, 공간의 뼈대>에서
저항의 한 표현으로 누가 누구에게 던지는 똥은, 행위의 구체적 폭력성은 적당히 은폐되면서 짱돌이 지닐 수 없는 숙연하리만치 강력한 정서적 파급력을 발휘한다. 1그램 안에 약 1천억 마리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는 ‘생화학 무기’지만 그때의 육체나 공간보다는 인격이나 공간 상징과 같은 정신성을 겨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장실은, 조금 비약하자면, 우리가 그런 효율적인 무기를 내장하고 있고 또 마르고 닳도록 생산해 낼 수 있는 역량의 담지자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해준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 또 당분간은 건강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믿음을 물증으로 확인하게 해주는 곳도, 그러므로 화장실이다.
-<화장실: 애착과 배척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좋은 책이 늘 좋은 상품으로 평가받지는 못한다. 가치에 대한 시장의 빚은 대개 긴 시차를 두고 탕감되곤 하지만, 어둡고 게으른 눈들이 끝내 살피지 못해 영영 사라지는 책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서점의 서가는 그런 보석 같은 책들이 처음 지녔던 저마다의 자존감으로 저 혼자서 빛나며 버티고 있는 공간이다. 오연한 위엄이란 어쩌면 첫 대면의 순간에 감지되는 그런 기미에서 비롯되는 것일지 모른다. 어떤 가혹한 운명에도 담담히, 당당히 맞서겠다는 새 책의 드문 각오 같은 것.
- <서점: 위엄으로 오연한 정신들의 공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