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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88932475233
· 쪽수 : 340쪽
· 출판일 : 2024-09-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호명. 우디 앨런
2 얼룩. 마이클 잭슨
3 팬. J. K. 롤링
4 비평가
5 천재. 파블로 피카소, 어니스트 헤밍웨이
6 반유대주의, 인종주의 그리고 시간의 문제.
리하르트 바그너, 버지니아 울프, 윌라 캐더
7 안티 몬스터.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8 침묵시키는 자와 침묵당한 이.
칼 안드레, 아나 멘디에타
9 나는 괴물일까?
10 자녀를 유기한 엄마들. 도리스 레싱, 조니 미첼
11 여자 라자러스. 밸러리 솔라나스, 실비아 플라스
12 술꾼들. 레이먼드 카버
13 사랑받는 이들. 마일스 데이비스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
리뷰
책속에서
이 모든 것이 시작된 날을 정확히 기억한다. 2014년 봄비가 내리던 어느 날, 나는 소름 끼치도록 끔찍한 천재를 상대로 외로운 전쟁, 솔직히 상상 속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당시 내가 쓰던 책을 위해 로만 폴란스키란 사람에 대해 조사를 하다가 그의 극악무도함에 질려 잠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가히 기념비적이었다. 그랜드 캐니언처럼 규모가 압도적인 데다 골짜기가 한없이 깊어 약간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
1977년 3월 10일—나는 지금 이 날짜를 외워서 쓰고 있다—로만 폴란스키는 서맨사 게일리를 자기 친구 잭 니컬슨의 할리우드 힐스 집으로 데려왔다. 그는 서맨사를 자쿠지로 데리고 가 옷을 벗게 한 다음 퀘일루드를 먹였다. 잠시 후 그는 서맨사가 앉아 있던 소파로 가서 그녀의 질에 삽입을 하고 그녀의 몸을 뒤집어 항문에 삽입을 한 후에 사정했다. 이 모든 세부 사항들을 종합한 후 매우 단순한 사실 하나만이 남겨졌다. 열세 살 소녀가 항문 강간을 당함. _ (프롤로그)
남자들은 우디 앨런이 왜 그렇게까지 여자들을 화나게 하는지 알고 싶다고 말한다. 결국 위대한 예술 작품이란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니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든 말든 자유가 아닌가. 그런데 내가 〈맨해튼〉을 보고 약간 짜증이 났다고 하면 남자들은 말한다. “그 감정 말고요. 그건 틀린 감정이에요.” 그는 권위를 갖고 이야기한다. 〈맨해튼〉은 천재적인 걸작이 맞습니다. 하지만 누가 그렇게 말할 수 있나? 권위가 말하길, 작품은 작가의 삶에 의해 훼손되지 않은 채 순수하게 남아 있어야 한다고 한다. 권위가 말하길, 자서전은 오류라고 한다. 권위는 작품이란 이상적인 상태(역사를 초월한 곳, 고산, 설원, 순수) 위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권위는 창작자의 이력과 과거사를 알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감정을 무시하라 말한다. 권위는 그런 것들에 코웃음을 친다. 권위는 자서전과 역사와 상관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권위는 남성 제작자의 편을 든다. 관객이 아니다. _ (1 호명. 우디 앨런)
이 모든 깨달음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다시 한번 이 질문을 던진다. 괴물 남성들의 작품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때 나는 공정한 관찰자로서 이 질문에 다가가지 못한다. 나는 역사가 제거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십 대 때 중년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성희롱도 당했다. 길에서 괴롭힘을 당했다. 나는 잡혔고 끌려갔고 강간 미수에서 벗어났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란 말을 하고 싶어 이 경험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너무나 많은 여성 혹은 대부분의 여성들처럼 나도 이 문제에 관해서는 개인적 이슈가 있다. 따라서 내가 괴물 남자들의 작품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질문할 때 나는 그들의 희생자들에게 연민만을 갖지 못한다. 나 또한 그들과 같거나 비슷한 입장인 적이 있었다. 그 괴물이 나에게 한 짓을 기억하고 있다. 이 문제에 거리를 유지하며 냉담한 태도로 접근할 수 없다. 나는 그 고소인들에게 공감한다. 나도 고발자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여전히 예술을 소비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에 앞서 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_ (4 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