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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테의 수기

말테의 수기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은이), 안문영 (옮긴이)
열린책들
10,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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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테의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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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말테의 수기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32912110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3-04-10

책 소개

'열린책들 세계문학' 211권. 릴케가 로댕을 방문한 당시 파리에서 받았던 인상을 '말테'라는 젊은 시인의 눈을 통해 그려낸 작품이다. 화려한 문명의 이면을 지배하는 고독과 죽음, 공포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목차

말테의 수기

역자 해설: 고독과 고난을 숙명처럼 짊어진 사람들에 대한 기록
라이너 마리아 릴케 연보

저자소개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은이)    정보 더보기
프라하에서 태어나 황립 사관학교와 린츠 상업 아카데미를 중퇴하고 독학으로 아비투어 획득(1895). 프라하 대학, 뮌헨 대학, 베를린 대학 등을 옮겨가며 철학, 미술사 등을 수학했다. 뮌헨에서 만난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의 권유로 ‘르네’라는 본명을 ‘라이너’라는 독일식 이름으로 바꾸고(1897), 루와 함께 러시아를 두 번 방문하여, 톨스토이(1899)와 레오니드 파스테르나크(1900)를 만났다. 보릅스베데에서 조각가 클라라 베스트호프를 만나 혼인하고(1901), 인젤 출판사의 의뢰로 『로댕론』(1907) 집필을 위해 파리로 로댕을 방문했다(1902).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에 징집, 전쟁기록문서실에 배속되었고(1916), 징용 해제 후 스위스에 거주하며(1919), 독일을 제외한 유럽 각지와 이집트를 여행했다. 18세에 첫 시집 『인생과 노래』(1893)를 발표한 후, 『시도집』(1899, 1902, 1903), 『형상시집』(1902), 『신시집』(1907), 『신시집 별권』(1908), 『두이노의 비가』(1912-1922), 『오르베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1922) 등 2천 편이 넘는 시를 발표했고, 『말테의 수기』(1910)는 독일 최초의 현대소설로 꼽힌다. 릴케는 1926년 스위스 발몽 요양소에서 백혈병으로 51세의 일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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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문영 (옮긴이)    정보 더보기
서강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하고 독일 본 대학교에서 〈릴케의 후기 시에 나타난 역설의 구조〉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충남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도서관장과 인문과학연구소장을 지냈고, 한독문학번역연구소 소장, 한국독어독문학회장, 한국괴테학회장, 한국훔볼트회장, 국제독어독문학 연감(JIG) 아시아 담당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다.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 /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말테의 수기》, 《보릅스베데의 풍경화가들》, 《릴케의 편지》, 제니 에르펜베크의 《늙은 아이 이야기》, 로베르트 슈나이더의 《오르가니스트》(원제: 잠의 형제)등을 번역했고, 〈구체시의 시론적 구조〉, 〈생선의 언어?현대시에 나타난 언어회의〉, 〈독일 바이마르 고전주의자들의 대화에 나타난 전일사상〉, 〈한국 현대문학에 나타난 무속적 모티프〉, 〈한국현대문학에 나타난 노인상〉, 〈실험과 탐험?한국 독문학자의 시각에서 본 독일 자연과학자(알렉산더 폰 훔볼트)〉, 〈판소리 심청가와 이피게니 신화의 인신공희 모티프 비교〉, 〈판소리 춘향가에 나타난 매 맞는 여인의 탄식과 고발〉, 〈판소리 적벽가에 나타난 중국역사 수용양상〉 등 현대 독일문학과 한독문화 교류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썼고, 아시아 독문학자 대회(AGT), 국제독문학자 대회(IVG), 훔볼트 콜렉(상하이, 도쿄), 튀빙겐 대학교 시학 강좌 등에서 활발하게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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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예컨대 나는 많은 얼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한 번도 의식해 본 적이 없다. 사람들도 많지만, 얼굴들은 더 많다. 누구나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얼굴을 몇 년씩이나 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 얼굴은 써서 닳고, 더러워지고, 주름이 잡히고, 여행 중에 끼고 다닌 장갑처럼 늘어나기도 한다. 그들은 검소하고 단순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얼굴을 바꿀 줄도 모르고, 씻을 줄도 모른다. 그들은 자기들이 지닌 얼굴이 충분히 좋다고 생각한다. 누가 그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반증해 보일 수 있을까? 이제 생기는 당연한 의문은 그들도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으니, 다른 얼굴은 무엇에다 쓸까 하는 것이다. 다른 얼굴들은 잘 보관해 둔다. 자식들이 그것들을 쓰게 될 테니까. 그렇지만 그 사람들의 개들이 그것을 쓰고 나가는 일도 생긴다. 그러지 말란 법이 있는가? 얼굴은 얼굴일 뿐인데.


내가 직접 봤거나, 들어서 아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 봐도 그것은 언제나 마찬가지다. 그들 모두 저 자신의 죽음을 지니고 있었다. 죽음을 마치 포로처럼 자신의 갑옷 안에 지니고 있던 남자들, 아주 늙어서 몸은 작아졌지만 무대처럼 엄청나게 큰 침대에 누워 온 가족과 하인들과 개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얌전히, 그러나 위엄 있게 저세상으로 떠난 여인들. 그리고 아이들, 아주 어린아이들까지도 예사로운 아이의 죽음이 아니라, 온 정신을 다해, 지난날의 그들이 지녔고 또한 미래의 그들이 품었을 법한 죽음을 맞이했다.


엄마가 내가 이런 사내아이가 아니라, 작은 계집아이이기를 바라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우리 기억 속에 떠올랐다. 나는 엄마의 그 소원을 어찌어찌 알아냈었다. 그래서 오후만 되면 때때로 엄마 방의 문을 두드릴 생각이 났던 것이다. 엄마가 누구냐고 물으면, 밖에서 <조피예요>라고 외치는 것이 행복했다. 그때 나는 조그만 내 목소리를 예쁘게 꾸미느라 목구멍 속이 간지러웠다. 그리고 내가 (그때 입던 계집애의 실내복 차림으로, 팔소매를 썩 걷어 올린 채) 방 안에 들어서면 나는 그냥 조피였다. 엄마의 꼬마 조피는 소꿉놀이에 몰두했고, 못된 말테가 다시 돌아오더라도 혼동이 생기지 말라고 엄마는 조피의 머리를 따주었다. 말테가 돌아오는 것은 결코 원치 않았다. 그가 떠나 있는 것이 엄마나 조피에게는 편안했다. 그리고 (조피가 언제나 똑같이 높은 목소리로 이어 나간) 그들의 대화는 대개 말테의 못된 짓을 일일이 들춰내고 거기에 대해서 비난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아아, 그래, 이 말테란 놈은> 하고 엄마는 한숨을 쉬곤 했다. 그리고 조피는, 마치 사내아이를 여럿 알고 있기라도 하듯, 일반적인 사내아이들의 못된 짓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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