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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32915012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1. 외견 연령 32세, 신장 169
2. 억만장자 부부의 친구
3. 머리 타래
4. 제토이플호의 이등 항해사
5. 술 취한 러시아인
6. 시칠리아의 임금
7. 세 번째 막간
8. 장난이 아니다
9. 킬러
10. 돌아온 오스발트 오펜하임
11. 종횡무진
12. 권총을 지닌 유대인 여자
13. 두 명의 피에트르
14. 우갈라 클럽
15. 두 건의 전보
16. 바위 위의 사내
17. 럼주
18. 한스의 선택
19. 부상자
『수상한 라트비아인』 연보
조르주 심농 연보
리뷰
책속에서
마제스틱 호텔에서 매그레의 존재는 일종의 적대감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호텔 분위기상 도무지 소화되기 어려운 하나의 바윗덩어리와도 같았다.
만화에서 흔히 묘사하는 경찰관 티가 물씬 나서 그런 건 아니었다. 이를테면 콧수염을 길렀다든지, 육중한 밑창을 댄 구두를 신은 것도 아니었다. 입은 옷만 해도 아주 섬세한 모직의 고급 복장이었다. 게다가 매일 아침 면도를 하고, 손도 항상 깔끔하게 다듬는 남자였다.
다만 한 가지, 그의 몸집만큼은 단연 서민적인 골격이라 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거대한 통뼈였다. 단단한 근육들은 옷 여기저기를 불거지게 했고, 새로 산 바지 모양을 금세 엉망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어디서든 떡하니 버티고 서는 것만으로도 동료들까지 위축시키곤 하는 자기만의 독특한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건 담대함 이상의 무엇이되, 오만함과는 다른 종류의 분위기였다. 하나의 바윗덩어리처럼 일단 그가 모습을 드러내면,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 나가든, 다리를 적당히 벌린 채 우뚝 서 있든,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그 앞에 산산조각 부서져야 마땅할 것 같았다.
파이프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꽉 다문 턱 속에 단단히 박혀 있었다. 장소가 마제스틱 호텔이라고 그걸 입에서 뺄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감히 예감이라고까지 부르긴 어려우나, 뭔가 어렴풋한 느낌이 그를 꿋꿋이 버텨 내게 만들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건 그만의 <이론> 때문이라고 해도 좋았다. 일부러 다듬어 발전시킨 것도 아니고, 아직은 머릿속에 막연한 상태로 떠도는 생각이지만, 매그레 자신이 남몰래 <균열 이론>이라 이름 붙인 일종의 원리 말이다.
이는 한마디로 모든 범죄자, 모든 악당의 내부에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기초한 이론이다. 사실 그들은 대개 게임 상대, 즉 적의 모습을 취하기 마련이며, 경찰의 눈에 띄는 건 결국 그런 모습이거니와 보통은 그런 모습들과 대결하는 식으로 모든 작전이 진행되기 일쑤다.
가령 어디선가 위법 행위나 범죄가 저질러졌다고 치자. 대개 이렇게든 저렇게든 객관적으로 주어진 자료들을 토대로 대결이 벌어진다. 그중 몇 가지 밝혀지지 않은 점들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은 머리를 쥐어짜는 것이다.
매그레 역시 그런 식으로 일을 해왔다. 다른 경찰들과 마찬가지로, 베르티용과 라이스, 로카르의 덕을 본 탁월한 수사 도구들, 그야말로 진정한 과학적 수단들을 활용해 왔던 게 사실이다.
다만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일종의 <균열>을 찾아 기다리고 또 기다려 왔다는 게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다. 다시 말해, 게임 상대한테 생기는 어떤 <틈> 사이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드러나는 순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