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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32915104
· 쪽수 : 224쪽
책 소개
목차
1. 아델과 친구들
2. 소액 관리 장부
3. 어깨 떡 벌어진 사내
4. 파이프 애호가들
5. 대질
6. 도망자
7. 별난 여정
8. 카페 잔
9. 정보원
10. 어둠 속의 두 남자
11. 초보자였다
『게물랭의 댄서』 연보
조르주 심농 연보
리뷰
책속에서
마침내 모든 불이 꺼진다.
「가자!」
델포스가 속삭인다.
「아직 안 돼…. 기다려….」
이제 그들은 건물 전체에 단둘이 남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나지막이 속삭인다. 서로 보이지도 않는 상태다. 그렇지만 각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고, 초췌한 몰골인 데다, 입술까지 바짝 말라 있음을 직감하고 있다.
「누가 남아 있으면 어떡하지?」
「우리 아버지 금고 털 때 내가 어디 겁먹는 거 봤냐?」
델포스의 기세가 여간 아니다. 거의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어쩌면 서랍 속에 아무것도 없을지도 몰라….」
띵하고 현기증을 느낀다. 샤보는 진탕 마셨을 때보다 더 골이 쑤신다. 일단 지하 저장실로 파고들어 보니, 거기서 나올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냥 그대로 계단에 주저앉아 엉엉 울어 버릴 것만 같다.
「앉아! 나 옷 좀 갈아입어도 괜찮지? 거기 담배나 좀 줘봐….」
장은 허겁지겁 주위를 둘러봤다.
「거기 탁자에 있어! 그래 그거….」
그런데 장은 별안간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전날 낯선 사내의 손에서 목격했던 담배 케이스에 차마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발가벗은 맨몸이 환히 드러나도록 가운을 젖히면서 스타킹을 신고 있는 여자 쪽을 그는 황망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거야 처음보다 훨씬 더 떨리는 순간이었다. 지금 얼굴빛이 붉으락푸르락하는 것은, 어쩌면 담배 케이스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면 옷자락 사이로 드러나는 여자의 맨몸 때문일 수도 있었다. 아니, 그 둘 다가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었다.
델비뉴 반장과 지라르는 기자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미세한 신호들을 주고받았다.
「시작할까?」
두 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카운터로 다가갔다.
붉은 콧수염을 기른 반장은 사내 앞에 떡하니 자리 잡고, 지라르는 사내 뒤에 서서 여차하면 허리를 감아 젖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연주는 줄기차게 이어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기이한 적막감을 느끼고 있었다.
「실례 좀 합시다…. 혹시 모데른 호텔에 투숙하셨던 분인가요?」
곧이어 묵직한 시선이 방금 입을 연 반장의 얼굴에 가서 얹혔다.
「그래서요?」
「그곳 숙박부에 기재를 안 하셨던 것 같은데….」
아델은 한 세 발짝쯤 떨어진 곳에서 사내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고, 제나로는 샴페인 마개를 뽑아내고 있었다.
「괜찮다면, 제 사무실로 오셔서 숙박부를 기재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허튼짓일랑 하지 않는 게 좋소!」
그렇게 으르렁대면서 델비뉴 반장은 상대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으나, 당최 그 어떤 변화도 읽을 수가 없었다.
「순순히 따라오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