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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 ISBN : 9788932916309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14-05-15
책 소개
목차
오호 실바 · 7
고메스팔라시오 · 25
지상 최후의 일몰 · 39
1978년의 나날 · 75
프랑스 벨기에 방랑기 · 91
랄로 쿠라의 원형 · 111
살인 창녀들 · 132
귀환 · 151
부바 · 172
치과 의사 · 209
사진들 · 238
무도회 수첩 · 249
엔리케 린과의 만남 · 263
옮긴이의 말 · 275
로베르토 볼라뇨 연보 · 288
리뷰
책속에서
우리의 대화는 칠레 좌파를 맹비난하는 것으로 정리됐고 어느 순간 나는 떠돌이 칠레인 투쟁가들을 위한 건배를 제의했다. 이들은 무수한 떠돌이 라틴 아메리카 투쟁가에 속하는 고아들이며,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드넓은 세상을 주유하며 최고의 인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최고의 인물들 대부분이 최악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한바탕 웃은 뒤 오호가 폭력은 자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너하곤 맞겠지, 하지만 난 아니야. 난 폭력이 싫어. 슬픔이 서린 말이었다. 당시에 난 그 슬픔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화답했다. 이윽고 우린 책과 영화 같은 다른 얘기로 넘어갔다. 그 뒤로 우린 다시 보지 못했다. (10면. 「오호 실바」)
B는 눈을 감는다. 어부와 아이들의 위험하다는 외침이 바람 소리에 섞여 잘 들리지 않는다. 모래가 차갑다. 눈을 뜨자 뭍으로 나오는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B는 다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거북 알을 먹으러 가자는 아버지의 목소리와 함께 축축하고 커다란 손이 어깨에 느껴질 때까지 눈을 뜨지 않는다.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이야기할 수 없는 것들도 있지, 하고 B는 의기소침하게 생각한다. 그 순간부터 B는 재앙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62면. 「지상 최후의 일몰」)
믿기지 않겠지만 난 로스엠팔라도스라는 동네 태생이다. 달처럼 빛나는 이름이다. 그 이름이 제 뿔로 꿈길을 열면 인간이 그 길을 걸어간다. 무시무시한 길. 늘 혹독한 길. 지옥의 출입구로 이어지는 길. 모든 게 그 길로 통한다. 지옥으로 들어가든 지옥에서 멀어지든. 일례로 나는 살인을 지시했다. 최고의 생일 선물을 줬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계획을 후원했다. 나는 암흑 속에서 눈을 떴다.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아주 살며시 눈을 떴을 때 내가 본 것은 혹은 상상한 것은 운명의 별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로스엠팔라도스라는 이름뿐이었다. 난 당신들한테 모든 걸 얘기할 작정이다. (111면. 「랄로 쿠라의 원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