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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중동/튀르키예소설
· ISBN : 9788932916583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14-05-30
책 소개
목차
제1부 7
제2부 297
작가의 말
환희의 은신처를 찾아서 569
역자 해설
세계인들의 가슴에 남은
터키 문학의 거장, 야샤르 케말 579
『의적 메메드』의 줄거리 587
야샤르 케말 연보 595
책속에서
메메드는 탈진 상태가 되어 햇살이 비치는 쪽으로 갔다. 밭에 남겨진 밑동에서는 개미들이 기다란 띠를 이루며 저 멀리까지 기어가고 있었다. 그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허공을 향해 입을 벌려 숨을 크게 쉬어 보았다. 여름 내내 엉겅퀴가 가득한 레이렉 호수 주변의 땅에서 밭일을 했다. 그 땅을 일구고 추수까지 하느라 어머니와 둘이서 죽을 고생을 했다. 며칠이고 쟁기질을 했다. 그 결과 이제 피골이 상접하고 얼굴은 쭈글쭈글해졌다. 얼굴 가죽이 노랗게 뜨고 피부는 완전히 까맣게 변해 버렸다. 눈은 푹 패여 눈밑 그늘이 뺨까지 내려왔다.
메메드는 충격에 휩싸였다.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온갖 상념에 빠져 있었다. 이 생각 저 생각이 밀려왔다. 머릿속엔 온통 이 넓은 세상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어쩌면 세상이 이렇게도 넓을 수가 있을까? 물방앗간 마을은 이제 하나의 점처럼 느껴졌다. 그 대단한 지주 압디도 개미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사랑과 연민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나 자신이 인간이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메메드는 몸을 뒤척이며 중얼거렸다. 「지주 압디도 사람이고, 우리도 사람이야…….」
……산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너 자신에게 약속을 하려무나. 〈나는 이들을 첫날에 다 알아 버리고 이들과 친구가 되겠다〉고. 만약 네가 그들에게 약점을 잡힌다면 넌 생의 마지막 날까지 편히 살 수 없을 테고, 아무도 너를 존경하지 않을 거야. 시간이 흐르면 그들을 더욱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을 볼 때 그들의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판단해라. 그러고 나서 동지들을 택하는 거다. 그들이 너와 연을 맺기로 한다면 네가 할 일은 다 끝난 거지. 산과 감옥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단다. 두 군데 다 대장이 있지. 그 대장을 따르는 자들은 노예란다. 대장은 인간답게 사는 것이고, 노예는 개처럼 사는 것이야. 너는 대장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다른 이들을 노예처럼 여기면 안 된다. 이게 네 인생의 철칙이라고 생각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