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32918808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18-03-20
책 소개
목차
그리고 신은 내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사실 당신이 잘못 본 게 아니었어.」 내가 침울하게 고백한다. 「방금 내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은 인상을 줬다면, 그건 실제로 그렇게 충격받을 만한 일이 있었기 때문일 거야.」
「그러니까 그게 무슨 일이냐고?」 엘렌의 목소리가 이젠 경고에 가깝게 들린다.
「예전의 내 환자 한 사람을 오늘 두 번이나 봤어. 아벨 바우만이라고.」
「아벨 바우만…….」 엘렌은 천천히 이름을 되씹더니 불쑥 이렇게 말한다. 「자기가 신이라고 주장했던 사람 아냐?」
「맞아. 그 사람. 심각한 과대망상적 정신 분열증 환자였지. 어쨌든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예전에 알고 있던 사람을 본 게 뭐가 그리 특별하다고 그래?」 엘렌이 묻는다.
「아벨 바우만은 죽은 지 4년이 넘었어. 사고였지. 병원으로 급히 옮겼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늦었어. 숨을 거둘 때는 나도 그 자리에 있었어. 장례식에도 참석했고.」
나는 건배를 한다. 「맛있게 먹어. 와인 고마워.」
아벨은 꼼짝도 않고 앉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왜, 뭐 잘못된 거라도 있어?」
「기도 안 해?」 그가 묻는다.
「뭐라고?」 나는 와인 잔을 내려놓는다.
「기도 안 하느냐고 물었어.」 아벨이 사무적으로 같은 말을 반복한다.
「식사 기도 같은 거 말하는 거야?」 내가 조심스레 탐색한다.
「식사 기도건 뭐건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봐. 여기 앉아서 들어 줄 테니까. 다행히 난 시간이 아주 많아.」
「그러니까 나를 자네의 선지자로 삼겠다는 건가?」 나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묻는다.
「그것도 포함돼. 하지만 자네가 좀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거?」 내가 궁금해한다.
「아주 간단해. 자네가 이 세상의 기아와 싸우고, 모든 전쟁을 종식시키고, 인류에게 평화롭고 정의롭고 행복한 미래로 가는 길을 제시하는 거지.」
「그게 다야?」 내가 재미있다는 듯 묻는다. 「별것 아니네 뭐. 그 말은 곧 자네가 나를 자네의 메시아로 삼겠다는 거 아냐?」
「빙고. 내가 생각한 게 바로 그거야.」
나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미안해, 아벨. 그건 터무니없는 생각이야.」
「어째서? 우리는 아주 좋은 팀이야. 게다가 나는 당연히 자네 일을 최대한 도울 거야.」
「머릿속으로 대체 어떤 그림을 상상하고 있는 거야? 나보고 직장을 때려치우고 히피 같은 복장으로 세계 각지를 떠돌면서 설교라도 하라는 거야?」
「이건 자네도 꼭 알아야 해. 메시아라는 직업은 고도의 자기주도성과 창의성을 요구해. 예전에는 각지를 떠돌면서 설교하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었지. 하지만 그건 하나의 방법일 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