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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33801949
· 쪽수 : 364쪽
· 출판일 : 2012-01-22
책 소개
목차
기획의 글
작가의 말
허무의 예감
일탈의 예감
떨어지면 가면
개와 늑대의 시간
오래된 농담
전망 좋은 병실
눈뜬 죽음
고여 있는 시간 속의 뱀눈
다섯 통의 이메일
마흔여섯 송이 장미
이 세상엔 없는 곳
해설
작가연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영빈은 현금의 집을 알고 있었다. 이층집이었다. 여름이면 2층 베란다를 받치고 있는 기둥을 타고 능소화가 극성맞게 기어올라가 난간을 온통 노을 빛깔의 꽃으로 뒤덮었다. 그 꽃은 지나치게 대담하고 눈부시게 요염하여 쨍쨍한 여름날에 그 집 앞을 지날 때는 괜히 슬퍼지려고 했다. 처음 느껴본 어렴풋한 허무의 예감이없다. 이층집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현란한 능소화 때문에 그 집이 그 동네서 특별나 보인 것이지, 그 안에 누가 사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일이 있은 후 그 이층집은 확실하게 현금의 집이 되었다.
영묘는 아직도 송씨 집안에 대해 뭘 안다고 할 수가 없었다. 모자간, 부자간, 형제간의 마음 씀씀이도 친정하고는 많이 달랐지만 그들의 돈에 대한 관념은 하도 종잡을 수가 없어서 이해하기를 포기한 지 오래였다. 그녀가 툭하면 오빠 그 집은 좀 이상해, 우리하고 너무 달라,라고 말한 것도 친정에 뭘 숨기려 해서가 아니라 그렇게밖에 말할 수가 없어서였다.
그 애는 시집 식구들이 합세해서 교묘하게 송 서방과 자기를 속여먹었다고 믿고 있어. 송 서방이 암이라는 걸 알까 봐, 온 식구가 그렇게 철통같이 뭉쳐서 그가 죽는 순간까지 비밀을 지킨 것은 순전히 송 서방이 처자식을 위해 유언이나 그 밖에 대책을 세울 기회를 안 주기 위한 거였다는 거야. 어때? 형, 고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의 상상력치곤 너무 끔찍하잖아. 그렇지만 난 지금까지의 각종 정황으로 미루어 그게 사실이라는 걸 믿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