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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환경/생태문제 > 환경문제
· ISBN : 9788934928782
· 쪽수 : 310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8월 28일 월요일
분뇨 수거인
9월 2일 토요일
움푹 꺼진 눈, 시퍼렇게 질린 입술
9월 3일 일요일
탐정
9월 4일 월요일
그러니까, 조는 아직 죽진 않았다
9월 5일 화요일
악취가 질병이다
9월 6일 수요일
사건의 재구성
9월 8일 금요일
펌프 손잡이
결론
유령의 지도
에필로그
다시 찾은 브로드 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더 읽을거리
주석
참고문헌
찾아보기
리뷰
책속에서
발 아래 브로드 가 우물의 컴컴한 물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우리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수요일인 이날쯤에는 콜레라 균이 사람의 소장으로 들어가기가 이미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주민이 죽거나 떠났으므로 물을 긷는 사람의 수가 급격히 줄었다. 그 짧은 기간에 얼마나 많은 박테리아가 탄생했는지 생각해보면, 주말 동안 콜레라균의 증식은 대성공이었다.
그런데 얄궂게도 바로 그 성공이 몰락을 낳았다. 박테리아는 런던에서 가장 과밀한 곳의 인기 좋은 급수장에 터를 잡음으로써 들불처럼 일대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지만, 불길의 기세가 너무나 갑작스럽고 거세었기 때문에 금세 땔감이 바닥났다. 이제는 기생할 소장이 없었다. (167쪽, '9월 6일 수요일 사건의 재구성' 중에서)
우리의 의식은 인간이 활동하는 주 무대의 차원에서는 매우 예리하지만 다른 차원에 대해서는 박테리아만큼이나 둔하다. 런던 및 여타 대도시 시민들이 거대한 떼를 이루어 살기 시작했을 때, 쓰레기를 저장하고 제거하는 정교한 메커니즘을 건설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그 결정들이 미생물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털끝만큼도 의식하지 못했다.
박테리아 수를 증가시킨다는 것은 물론이고 박테리아의 유전 암호까지 변형시킨다는 것은 추호도 깨닫지 못했다. 런던 시민은 신설 수세식 변소 또는 서더크 상수회사가 공급하는 값비싼 식수를 즐길 때, 기술을 통해 일상을 편리하고 사치스럽게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콜레라균의 DNA까지 재설계한 셈이다. 시민들 자신은 전혀 깨닫지 못한 채였지만 말이다. 결국 콜레라균을 한층 효과적인 살인마로 바꾼 것은 런던 시민들이었다. (57쪽, '9월 2일 토요일 움푹 꺼진 눈, 시퍼렇게 질린 입술' 중에서)
얄궂게도, 스노가 물에서 콜레라의 자취를 찾으려다 실패한 날로부터 며칠 전, 이탈리아 피렌체 대학의 한 과학자가 콜레라 사망자의 장 점막에서 콤마 모양으로 생긴 작은 생명체를 발견했다. 최초로 콜레라균을 목격한 것이었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질병의 세균설이 주류 과학계에 진입하지 않은 시점이었으며,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라 모종의 공기 오염을 통해 콜레라가 전달된다는 독기론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던 때였다.
파치니의 논문은 철저히 무시 당했고, 콜레라균은 이후 30년간 다시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세상으로 물러나 숨었다. 존 스노는 무덤에 누울 때까지도 자신이 수년 간 찾아 헤맨 콜레라 인자가 자기 생애에 이미 확인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114쪽, 9월 4일 월요일 그러니까, 조는 아직 죽진 않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