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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34954323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3-07-11
책 소개
목차
서문 머물고 그리며 환대하라
1. 삼춘과 기림 선생
종이가 있으니 그렸지
무시건?
37년생 화가의 연습
사랑하는 사이
할머니의 옷장
2. 아꼬운 장면
어떻게 그려?
고마운 소
도토리
선흘 마을 삼인방
할머니의 양식
3. 그림 인류와 해방
온 신경이 할아버지에게
구십 세까지 할 일
엄마를 부르는 새
늙어 둔틀락둔틀락한 자화상
할머니의 마당
4. 나신디 나냥으로
비빌 언덕이 있어서
별빛 하나
나냥의 세계
할머니의 방 안
부록 할머니 소개
발문 너도나도 해방 찾기 사용 설명서
부록 작품 목록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할머니들이 겸손하게 하시는 말씀 중에 “종이가 경(여기) 있으니까 호끔(조금) 기렸지(그렸지)”라는 핑계가 있어요. 나무판 위에 젯소 칠하는 법을 알려드리고 나무판을 놓고 오면, 나중에 쓱 내밀면서 “무사(뭔) 나무판을 ㅤㅈㅝㅇ(주기에) 그렸지” 하고 겸손하게 말씀하세요. 그 말씀이 참 귀엽습니다.
어느 날은 할머니 집에서 한바탕 함께 그림을 그리고 나오는데 할머니가 저를 배웅하면서 슬쩍 한마디 하셨어요. “사랑해.” 너무 놀라서 “삼춘 지금 ‘사랑해’라고 했어?” 하고 되물었습니다. “어. 사랑해.” 그렇게 다시 말씀하시는데 가슴이 콩닥거렸어요. 그 어떤 사랑 고백보다 특별했죠. 사랑? 믿기지가 않아서, 또 그날 그림을 많이 그려서 할머니가 기분이 좋아서 툭 뱉은 말일 거야 생각하며 잊으려고 했습니다.
일주일쯤 후에 할머니 집에 갔을 때, 다시 생각이 나서 “오늘도 나를 사랑해?” 물어봤어요. 조그맣게 “사랑하지” 하고 대답하셨습니다. 그 이후에는 헤어질 때 사랑한다는 말을 종종 해주시더라고요. 네,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예요.
땅에서 나온 거로 삽니다
한 인생을 그거로 사는 거주
그런데 그림을 그려보니
팔십육 세까지
생각도 못 한 일이 생겼주
나 강희선이 무수 그림을 그려주
_강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