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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34976059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서문 11
서장 15
1부 33
2부 39
1 | 흉조 41
2 | 어머니의 발 66
3 | 안토니오 이야기 127
4 | 하늘의 푸른빛 142
5 | 죽은 자들의 날 197
부록 227
해제 | 《하늘의 푸른빛》에 대하여(차지연) 229
작가 연보 263
리뷰
책속에서
디르티는 천장에 여러 개의 전등이 달려 밝고 넓은 방에 혼자 남아 있었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면 안 되는 듯 똑바로 앞을 보고 걸어다니는 중이었다. 영락없이 미친 여자였다.
그녀는 외설스러울 정도로 가슴과 어깨를 드러내고 있었다. 황금빛 머리카락은 불빛 아래 견딜 수 없을 만큼 눈부신 섬광을 발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내게 순수를 불러일으켰다. 그녀에게는, 그녀의 방탕함 속에는, 내가 그녀의 발아래 엎드리고 싶을 정도의 순진함이 존재했다. 그렇게 될까 두려웠다. 그녀는 기진맥진해 쓰러질 것 같았다. 그러고는 힘겹게, 한 마리 짐승처럼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숨이 막히는 모양이었다. 무언가에 쫓기듯 불길해 보이는 그녀의 시선에 내 머리는 돌 지경이었다. 그녀가 걸음을 멈추었다. 옷 아래 다리를 비틀어 꼬고 있는 듯했다. 이제 헛소리를 할 것이다.
“당신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다 설명해줘야 할 것 같군요.”
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눈물이 뺨 위를 지나 입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내가 런던에서 디르티와 함께 저질렀던 온갖 추잡한 짓을 최대한 노골적으로 라자르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전에도 갖가지 방법으로 아내를 기만하며 외도를 일삼았고, 디르티에게 홀딱 반해 있었던 탓에 그녀를 잃었다는 걸 알았을 때는 견딜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나는 라자르에게 내 생활을 빠짐없이 다 이야기했다. 그런 처녀(못생겼다는 이유로 금욕적인 엄격함 속에서 우스꽝스럽게 참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너무나 경솔한 행동인 것 같아 순간 부끄러웠다.
육체 아래의 대지는 마치 무덤처럼 열려 있었고, 그녀의 발가벗은 배는 차가운 무덤처럼 내게 열렸다. 우리는 별이 뜬 묘지 위에서 사랑을 나누며 마비되었다. 불빛 하나하나는 무덤 속의 해골 하나를 뚜렷이 비추었고, 그리하여 불빛은 뒤엉킨 우리 육체의 움직임만큼이나 불안정하게 너울거리는 하늘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