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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34982289
· 쪽수 : 256쪽
책 소개
목차
1부 모든 한계를 뛰어넘어
이미 일어난 일
두 번째 눈길
푸르디푸른
아주 달콤한 꿀
싸늘한 질문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
계단 내려가기
입장 표명
양성 반응
2부 어두운 강가에서
작은 자살
빅뉴스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
따귀
세상과의 전쟁
맨몸
잔드라
네 사람의 회의
아이는 장난감이 아니다
민들레씨와 덩굴식물
리뷰
책속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일처럼 말할까?
“있잖아요, 저 임신했어요.”
아니면 크게 후회하는 척해야 할까?
“정말 너무 죄송해요. 그게…… 안 좋은 일이 생겼어요. 제가, 그러니까, 제가 임신했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해야 할 것 같아요.”
이 말도 적당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페리가 처음부터 수세에 몰리면 안 된다. 비록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다 해도 말이다. 어쩌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최선일지도 모른다. 세월이 약이라고 하니까.
P.8-9
“너 그 애랑 잤니?”
이 질문으로 한순간에 모든 게 달라졌다. 배를 한 대 걷어차는 것 같은 질문이었다. 페리는 너무 놀랐다.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을까? 부모님은 페리가 그런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기를 바라는 것일까? 엄마는 페리가 열네 살도 되기 전에 성에 대해 자세히 알려 주었다. 너무 이른 성관계는 피하면서 성관계로 인해 걸릴 수 있는 온갖 질병과 가장 안전한 피임 방법을 알려 주었다. 페리가 유익하다고 생각한 대화였다.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단 한 시간만 성관계 문제를 다루었다. 모든 학생이 바나나에 콘돔을 씌워야 해서 와르르 터진 웃음으로 끝난 어이없는 수업이었다. 다른 엄마들은 성 문제를 훨씬 더 오랫동안 터놓고 말하길 꺼려했다.
“글쎄, 아이가 생기는 일은 사실 무척 아름다운 거잖아. 그렇지 않아? 그냥 너무 일찍 일어난 일이라 안타까운 거지. 나는 아직 직업 교육을 받는 중이고, 넌 대학에 가려고 하잖아.”
원래. 바로 그 ‘원래’를 페리도 불과 몇 분 전에 생각하고 있었다. 기어코 페리의 입에서 울음이 터졌다. 밀란은 잠자코 듣고 있었다.
“우리…… 우리, 우리는 아기를 지워야 해. 다른 방법이 없어.”
마침내 페리가 훌쩍이며 말했다. 페리는 말을 하고 나서 귀를 기울였다. 임신 중절이 페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데 밀란은 왜 오랫동안 아무 말이 없을까?
“뭐, 할 수 없지. 하지만 난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