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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35210299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15-01-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흩어진 마음을 이제 스스로 돌볼 시간: 파울 클레, <고통에 봉헌된 아이>
1장_오늘 당신의 삶이 피로한 이유
몹시 피로한 순간이 찾아왔을 때 : 앤드루 와이어스, <크리스티나의 세계>
마음이 불편하다, 마음이 아프다 : 움베르토 보초니, <마음의 상태들-걷는 자들>
지금 이대로 행복할 수 있을까? : 외젠 들라크루아,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
나는 정말 나 자신으로 살고 있을까? : 에드워드 호퍼, <객실>
변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그것이 사랑 : 오귀스트 로댕, <키스>·에드가르 드가, <벨렐리 가족>
우리는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다 : 르네 마그리트, <자연의 은총>·에드거 루빈, <루빈 의 잔>
2장_나를 떠나서 나에게 묻기
나의 습관, 세상의 습관에 얽매이지 마라 : 조르주 브라크, <바이올린과 주전자>
길을 잃지 않고서는 길을 찾을 수 없다 :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눈보라>
당신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그들이 또 다른 내 모습이다 : 르네 마그리트, <복제되지 않는>
왜 똑같은 능력자가 되려고 할까? : 마리솔 에스코바르, <여인과 강아지>
우리가 붙들어야 하는 건 ‘동심’이다 : 파울 클레, <이 별이 구부리는 법을 가르친다>
3장_지금, 나 자신으로 살기
누구에게나 자기 몫의 삶이 있는 법 : 카라바조, <나르시스>
넘어진 순간은 삶의 ‘재’일 뿐일까? : 에드바르 뭉크, <재>
순간의 선택이 정말 미래를 결정할까? : 장 뒤뷔페, <풍경>
우리는 서로에게 서로의 선물이다 : 파울 클레, <파르나수스를 향하여>
상처 없는 삶은 없다 : 프리다 칼로, <헨리 포드 병원>
우리는 매일 죽고, 매일 다시 태어난다 : 클로드 모네, <수련이 핀 연못>·클로드 모네, <수련이 핀 연못, 저녁(왼쪽 부분)>
4장_당신의 삶을 실험하라
당신만의 패스워드를 만들라 : 조지 시걸, <가시오, 멈추시오>
’상품’이 될 것인가, ‘선물’로 살 것인가 : 클래스 올덴버그, <모든 것이 들어 있는 두 개의 치즈버거>
나를 떠나 너에게로 가는 법 : 앙리 마티스, <대화>
다시 실패하라, 더 멋지게 실패하라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론다니니의 피에타>
우리가 살기 위해, 우리 아닌 모든 것이 필요하다 : 바실리 칸딘스키, <콤포지션 Ⅶ>
에필로그_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자신’과 대면할 수 있기를 : 빈센트 반 고흐, <자화상>·에드바르 뭉크, <침대와 시계 사이의 자화상>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언덕 위엔 집이 있습니다. 거기 가면 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저 집에서 ‘제대로’ 쉬기 위해 허덕이며 달려온 무수한 순간들, 그 순간들은 불행해도 되는 걸까요? 세상 모든 곳을 안식처로 삼을 수는 없었던 걸까요? 죽을힘을 다해 도착한 저 집에서 크리스티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요? 그 행복은 영원할까요? 혹 그 집이 춥고 바람도 안 통하는 집이면, 고독한 들판보다 더 고독하고 황량한 집이면 어떡해야 할까요? 그땐 또 다른 집을 찾아가야 할까요?
크리스티나는 지금 벌판에 주저앉아 있습니다. 이 ‘주저앉아 있음’이 크리스티나의 살아 있는 현존입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쓸데없는 생각 말고 일어나 다시 걷는 것도 물론 한 방법입니다. 세상은 그래야 한다고 부추기고, 그런 사람들을 ‘인간 승리’의 주인공으로 치켜세우죠. 하지만 인생에 승리란 없습니다. 그저 매번 다른 순간들이 있고, 다른 사건들이 일어나고, 그 한복판에 내가 있을 뿐이죠.
참을 수 없는 피로감, 나를 주저앉히는 절대적 피로감이 찾아왔을 때 우린 질문해야 합니다. 그 피로감이 곧 우리 마음이 우리 몸에 건네는 신호일지도 모르거든요. 나는 왜 여기 이러고 있는가? 난 행복한가? 지금의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할 만큼 나는 자유로운가? 크리스티나는 지금, 질문을 던져야 하는 바로 그 순간에 와 있습니다.
- 1장 <몹시 피로한 순간이 찾아왔을 때> 중에서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그림에는 형체도, 윤곽도 없습니다. 우리의 시선은 난폭한 터치로 표현된 소용돌이를 따라 화면의 중앙으로 빨려듭니다. 거기엔 폭풍우에 삼켜질 듯 위태로운 배가 보입니다. 터너의 그림을 묵묵히 응시하다 보면, 인간의 삶이란 어쩌면 바다 위에 표류하는 배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은 지금 길도 표지판도 없는 바다 한복판에 있습니다. 파도는 높아지고 바람은 거세집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소용돌이 속에서, 당신은 지금 무얼 하고 있나요?
터너는 이 작품을 그리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갑판 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격한 폭풍우 속에서 가까스로 중심을 잡으면서 그는 바람이 만들어내는 터치와 바다와 빛이 만들어내는 색채를 건져 올렸습니다. 우리네 인생이 매일 저렇게 요동치지는 않겠지만, 어쩌면 인생은 길들이 있는 육지가 아니라 저처럼 출렁거리는 바다일지 모릅니다. 가족을 잃고, 사업이 망하고, 원인 모를 두려움과 우울함에 허우적거리며 우리는 바다 위를 떠돕니다. 폭풍우 휘몰아치는 바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터너처럼 있는 힘을 다해 중심을 잡는 일뿐입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 놓이더라도 흔들거리며 중심을 잡는 것, 폭풍우를 응시하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그러다 보면 방향감각이 생길 것이고, 어쩌면 육지에서보다 더 많은 길들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 2장 <길을 잃지 않고서는 길을 찾을 수 없다> 중에서
뒤뷔페가 그린 풍경은 흡사 헬기를 타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듯합니다. 저 풍경 속 어딘가에 있다면 집이며 나무며 사람들이 보이겠지만, 위에서 보니 길들만 보입니다. 거대한 미로 같기도 하고, 꿈틀거리는 땅속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우리가 가는 길들의 모습도 멀리서 보면 이와 같지 않을까요? 우리가 경험하는 일은 저 복잡한 풍경 속의 양 갈래길 같을 테죠. 그러다보니 매번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이는 것처럼 여겨지고, 그중 한 길을 택하면 다른 한 길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그 때문에 생깁니다.
하지만 조금만 멀리서 보면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고, 내가 포기한 길이 얼마 후 내가 선택한 길과 만나는 일도 종종 벌어집니다. 거꾸로, 내가 선택한 길이 목적지로 이어지는 길이 아니라 막다른 골목일 수도 있고요. 요컨대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지는 않는다는 얘깁니다. 뒤뷔페의 풍경이야말로 우리 삶의 풍경, 삶을 가득 채운 길들의 풍경이 아닐까요?
루쉰은 말합니다. 인생에서 갈림길을 만나면 그저 갈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길을 가면 된다고요. 원래 길이란 없었다고, 걸어가니 길이 되었다고요. 혹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생각한다면 뒤뷔페의 풍경을, 그리고 루쉰의 말을 떠올려보세요. 누구나 결국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돼 있습니다.
- 3장 <순간의 선택이 정말 미래를 결정할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