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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글쓰기
· ISBN : 9791186851548
· 쪽수 : 360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지도와 함께 보는 루쉰 연대기
1부. 루쉰 온 더 로드
프롤로그. 도주의 달인 루쉰 (고미숙)
‘희망’은 창녀다! ┃역사는 ‘식인’, 민중은 ‘또라이’ ┃혁명, 지옥의 판타지 ┃먼지처럼 흩어지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쉰 온 더 로드 ┃영원한 도망자, 루쉰
1장. 샤오싱~난징 시절 : 몰락과 도주 (고미숙)
고전과 첨단의 공존, 항저우 ┃루쉰과 기차 ┃루쉰과 마오쩌둥 ┃『아침 꽃 저녁에 줍다』와 『루쉰과 저우쭤런』 ┃몰락의 연대기 ┃『산해경』과 한의학 ┃『천연론』과 신세계 ┃에필로그 ― 뒷담화 하나
2장. 도쿄 시절 : 구경꾼으로 머물 것인가, 혁명적으로 살 것인가 (채운)
몰락하는 자에게 길이 있나니 ┃습속의 저주 ― 변발이야기 ┃‘센다이’라는 입구 혹은 출구 ┃내 기꺼이 악마가 되겠노라 ┃그리고, 루쉰과 니체
3장. 도쿄~센다이 시절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 (채운)
루쉰, 도쿄에서 보낸 한 철 ┃스승을 만난다는 것 : 센다이, 루쉰, 그리고 후지노 선생 ┃소세키의 ‘자기본위’ vs 루쉰의 ‘자기해부’ ┃다중(多重)의 근대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루쉰을 읽는다는 것
4장. 베이징 시절·1 : ‘루쉰’(魯迅)의 탄생 ― 위대한 몰락 혹은 계몽의 혁명 (문성환)
intro_북경, 연경, 베이징 ┃문학이란 ‘무엇’인가 ┃루쉰의 적막 ┃ 철방으로부터의 외침 ― 루쉰의 탄생 ┃위대한 몰락, 계몽의 혁명 ┃outro_길 위에서
5장. 베이징 시절·2 : ‘고독한 전사’의 끈질긴 싸움 (길진숙)
두 차례의 베이징 여행 ┃루쉰과 항저우의 뇌봉탑 ┃베이징, 적막한 전장┃동생과의 결별, 루쉰의 방황 ┃방황하는 지식인들 ┃무엇을 할 것인가? : 생존하라, 생계를 해결하라, 전진하라! ┃2016년 8월의 베이징여자사범대학 또는 루쉰중학교
6장. 베이징~샤먼 시절 : 아름답지 않은 삶을 쓰다 (신근영)
민국 이래 가장 어두운 날, 쓰다 ┃부드러운 칼을 든 요괴들 ┃잡문, 그리고 길 위의 전사 ┃‘호랑이꼬리’를 떠나다 ┃죽은 불이 깨어나다 ┃천당에서 삶으로
7장. 광저우~상하이 시절 : 혁명은 어디에 있을까 (이희경)
1926년, 지나가고 있는 중 ┃혁명이란 무엇인가?┃붉은 도시 광저우는 붉지 않다 ┃문화위초(文化圍剿) ― 혁명문학논쟁 ┃‘루쉰’이라는 어떤 삶 ┃나는 루쉰을 만났을까?
에필로그. 아무도 용서하지 않는 자의 죽음 (고미숙)
상하이, 루쉰 로드의 종점 ┃죽기 일 년 전(1935년) ― Back to the future! ┃ 에로스 ― 창조의 유희 ┃복수는 운명이다! ┃혁명 ― 모두에게 모든 것을, 우리에겐 아무것도! ┃“단 한 명도 용서하지 않겠다!” ┃죽기 열흘 전 ┃“나는 죽음을 열망한다!”
2부. 라이팅 온 더 로드
루쉰 저작 연대기
1. 계몽에 반反하는 계몽 : 루쉰의 『무덤』 (채운)
“앞? 앞쪽은, 무덤이오” ┃문예, 저항의 소리 ┃계몽에 반하는 계몽
2.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뜨거운 외침 : 루쉰의 『열풍』 (채운)
『열풍』과 『외침』, 잡문과 소설 사이 ┃아들과 아버지 : 중간물로서의 존재 ┃ ‘국수’(國粹)라는 사상적 질병과 ‘예외적 개인’의 도래
3. 적막 한가운데서 소설을 외치다 : 루쉰의 『외침』 (문성환)
외침은 읽는 게 아니라 들어야 한다 ┃광인과 철방 : 내 안에 너 있다 ┃‘아Q와 혁명’에서 ‘아Q의 혁명’으로 ┃작은 사건 : 희망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라지만
4. 생활의 반란, 습속의 배반 : 루쉰의 『방황』 (길진숙)
이념화된 루쉰을 넘어! ┃문제는 생활과 습속이다! ┃지금도 틀리고 그때도 틀리다! ┃해부의 달인, 루쉰
5. 무(無)를 통해 생(生)에 이르다 : 루쉰의 『들풀』 (채운)
먼지바람 속에서 ┃쓸 수 없다 그러므로 쓴다 ┃무지(無地), 생(生)의 긍정을 위한 대지 ┃함께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6. 눈앞을 가리는 허위를 벗겨내다 : 루쉰의 『화개집』, 『화개집속편』 (신근영)
화개운을 만나다 ┃화개의 속임수 ┃적의 화살로 적을 쏘다 ┃대의명분 뒤에 숨긴 마음 ┃꽃이 없는 장미
7. 도망자=루쉰이 ‘옛일’을 대하는 특별한 품격 : 루쉰의 『아침 꽃 저녁에 줍다』 (문성환)
1926년, 베이징, 샤먼 ┃24효도 그림 : 내가 이랬다구? ┃아버지의 병환 :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아침 꽃을 저녁에 줍는 이유는
8. 그러할 뿐이다 : 루쉰의 『이이집』 (이희경)
1927년, 변곡점 ┃대의(大義)는 딱 질색이다 ┃문학은 무력하다 ┃적, 깃발 그리고 에워싸는 자
9. 혁명문학논쟁을 중계한다 : 루쉰의 『삼한집』 (이희경)
상하이 ― 심란한 출발 ┃혁명문학 ― 애매하고 모호하다 ┃논쟁 ― 단칼에 피를 보다 ┃잡문 ― 하찮은 것의 정치학
10. 옛 이야기의 복원과 생성 : 루쉰의 『중국소설사략』 (길진숙)
흥미진진한 『중국소설사략』 ┃루쉰은 왜 소설을 정리했을까? ┃루쉰이 공감한 소설 ┃중국인이 중국 작품을 말하라
11. 루쉰의 ‘고전사용설명서’―‘거룩한’ 신화가 ‘비루한’ 일상을 만나면? : 루쉰의 『새로 쓴 옛날이야기』 (고미숙)
고전이라는 ‘참호’ ― 도피가 아닌 도주! ┃‘시간여행’의 미학 ― 반전과 해체 ┃ 생명과 일상 ― 급진적인, 너무나 급진적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인간은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문예비평가 리장즈는 루쉰의 사상을 이 한 문장으로 압축한 바 있다. (……) 루쉰의 작품 곳곳에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루쉰이 주목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하는 자들이었다. 산 자들은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좌절하고 실패하고 절망하면서도 우리는 살아가야 하고, 길이 없는 곳에서도 길을 만들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루쉰은 혁명에 좌절한 청년들에게 말한다. 너무 무거워지지 말라고, 미래를 지나치게 낙관하지 말라고, 그리고 우선 자신의 몸을 돌보라고, 애인을 굶기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루쉰을 만나러 가는 길, 후쿠시마, 그 길 위에서 메아리치던 구절. “인간은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채운, 「3장_도쿄~센다이 시절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 중에서)
나는 전혀 복고주의자가 아니지만 루쉰을 읽을 때 종종 과거로 돌아간다. 아니 느닷없이 과거가 현재로 소환된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혁명문학논쟁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인데, 나는 1980년대 20대의 내가, 1928년 마흔여덟의 루쉰에게 대들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내가 선배들에게 그랬다. 시국이 엄중한데 당신들은 뭘 하고 있느냐고 공격했고, 싸잡아 기회주의자라고 매도했고, 기어코 동아리에서 퇴출시켰다. 그때는 삶이 절대로 이념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것도 정치보다 무서운 것이 밥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었다. 그러니 루쉰에게 그만 좀 하라고, 젊은이들에게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말하고 싶기도 하다.
한편 2016년 50대인 내가, 1928년 날 선 이론투쟁을 벌이고 있는 2,30대의 중국 젊은이들과 직접 맞서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피 역시 돈과 같아서 인색해서도 안 되지만 낭비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고, 혁명은 한 번에 ‘헤까닥’ 뒤엎는 게 아니라 어둡고 비좁고 답답한 참호 속에서 매일매일 반복되는 과업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어진다. 루쉰의 글자들 사이에서 싸우는 것은 루쉰과 청팡우 등만이 아니다. 나도 그들과 뒤엉켜 싸우고 있다. 어쩌면 나에게 루쉰 읽기는 늘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공간이 모였다 흩어지는 경험. 1920년대, 30년대의 루쉰과 함께 여기 이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것! (이희경, 「7장_광저우~상하이 시절 : 혁명은 어디에 있을까」 중에서)
1936년 10월 8일 오후. 루쉰은 상하이 청년회관에서 열린 ‘제2회 중화전국 목판화 이동전시회’를 참관했다. (……) 전시회장에는 사람들로 들끓었다. 루쉰이 등장하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그를 둘러쌌다. 전시장 한 귀퉁이에서 몇 명의 청년들과 차담이 시작되었다. 이 장면 역시 사진으로 남아 있다. 그가 생전에 찍은 마지막 사진이다. 프롤로그에서도 밝혔듯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이 사진의 포인트는 피골이 상접한 루쉰의 얼굴이 아니라 옆에 있는 청년의 미소다. 티없이 맑고 환하다. 루쉰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이다. 루쉰에게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이 환한 생명의 미소. 생애 마지막 순간에 청년들에게 이런 웃음을 선사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고미숙, 「에필로그_아무도 용서하지 않는 자의 죽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