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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근현대사 > 일제치하/항일시대
· ISBN : 9788935663286
· 쪽수 : 688쪽
· 출판일 : 2019-11-05
책 소개
목차
다시 불멸의 영웅을 위하여 | 저자의 말 5
1 청년 김원봉 의열단 단장이 되다 15
2 만주로 간 소년 43
3 광활한 대지 67
4 독립투사들의 집결지 신흥무관학교 87
5 제1차 암살·파괴 작전 109
6 부산경찰서·밀양경찰서·조선총독부를 폭파하다 139
7 조선혁명선언 167
8 제2차 암살·파괴 작전 221
9 새로운 투쟁노선 251
10 열사의 용기 283
11 중국 혁명에 참가하다 303
12 결혼, 그리고 레닌주의정치학교 331
13 청년간부들을 키우다 357
14 민족혁명가의 길 373
15 조선의용대 창설 409
16 임시정부와 광복군으로 가다 465
17 해방 조국으로 돌아오다 501
18 민족화합의 비원悲願 523
19 귀향 551
20 분노의 시간들 575
21 북한에서 보낸 세월 607
주요 참고자료 639
약산 김원봉 연보 649
찾아보기·인명 659
찾아보기·용어 667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는 단원회의를 열고 며칠 동안 구상한 작전계획을 내놓았다.
“이제 투쟁을 시작합니다. 국내로 잠입해 자금을 조달하고 공격을 감행하는 침투 행동조, 상하이로 폭탄을 구하러 가는 구입조, 단둥에 머물며 통신 연락을 하다가 국내로 들어가는 예비 연락조, 이렇게 셋으로 임무를 나눕니다. 국내 침투 행동조는 제가 맡습니다. 상하이로 가는 획득조는 백민 선생님이, 당분간 지린과 단둥에 체류하는 연락조는 이종암 동지가 맡
습니다.”
뜻밖에 반대의견이 나왔다.
“의백은 국내로 들어가면 안 됩니다. 단장이 잡히면 모두 끝나기 때문입니다.”
이종암의 말이었다.
김원봉은 이종암을 향해 소리쳤다.
“이 동지!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거사를 단장이 지휘해야지요. 그래야 뒤를 잇는 다음 단장도 그렇게 할 거라고요.”
나이가 많고 늘 점잖은 서상락이 일어나 이종암의 편을 들었다.
“우리가 김원봉 의백을 단장으로 뽑은 건 용맹한 투사이기 때문이 아니오.”
곽재기가 맞장구를 쳤다.
“맞소. 의백은 상하이로 가야 합니다. 임시정부 요인들에게 잘 말씀드리고 군자금을 얻고 폭탄을 구해야 합니다.”
김원봉은 팔을 크게 내저으며 소리쳤다.
“동지들! 나를 단장으로 뽑아놓고 첫 작전 지휘를 못 하게 하다니요!”
1938년 10월 10일, 중국인들이 쌍십절이라고 부르는 날, 우한의 중화기독청년회관에서 마침내 최초의 조선인 무장부대인 조선의용대 발대식이 열렸다. 김원봉은 대장군 군복을 입고 무대에 앉았다. 무대 양쪽에는 중화민국 국기인 청천백일기와 태극기, 조선의용대기가 세워져 있었다. 그의 군복에는 한문과 영문으로 ‘朝鮮義勇隊’ ‘Korean Volunteer’라고 쓰여 있고 한문으로 ‘陳國斌’이라는 명찰이 달려 있었다. 그의 눈앞 단상 아래는 군복을 입은 97명의 대원이 앉아 있었다. 김원봉이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 앞으로 가자 조선의용대 대원들은 그를 향해 힘차게 전원 경례를 올렸다.
“대장님께 대하여 받들어총!”
김원봉은 감격에 차서 거수경례로 답했다. 그는 조선의용대 대기隊旗를 번쩍 들어올리며 힘찬 음성으로 선언했다.
“조선의용대 창립을 선언합니다.”
“장군님이 오시기 전에 얼른 일하고 갈게요. 제발 오지 말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장군님은 사모님 돌아가신 뒤로 우울하시잖아요. 제가 기쁘게 해드릴게요. 노래를 부를까요, 춤을 출까요?”
김원봉은 엄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최동선의 두 눈에서 눈물이 불쑥 비어져 나왔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장군님이 좋은 걸 어떡해요.”
김원봉은 제자리에서 발을 세게 굴렀다.
“나는 네 아버지와 평생 동지다. 네가 지금 한 말은 안 들은 걸로 하겠다. 어서 집으로 가거라.”
그날 최동선은 집에 도착한 뒤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눈물만 흘렸다. 어머니가 도대체 왜 그러느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그저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렇게 사흘이 지났다.
난안에 사는 민족전선 계열 인물들의 부인들이 최석순의 집을 방문해서 최동선을 달랬다. 그러다 최동선이 김원봉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쌍한 것, 네가 그만 상사병에 걸리고 말았구나.”
부인들은 최동선의 푹 꺼진 눈 주변을 수건으로 닦아주며 말했다.
최동선은 그 뒤에도 아무것도 먹지 않아 기진해버렸다. 부인들이 앞장서기 시작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기는 하지만 안 될 것도 없지요.”
이야기가 그렇게 퍼지는 가운데 김원봉은 묵묵히 일에만 매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