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6474041
· 쪽수 : 353쪽
책 소개
목차
패니와 애니
눈먼 남자
해
역자후기
작품해설 / 2001년 개정판 역자서문
작품해설 / 1991년 초판 작품해설
작품해설 / 개정증보판에 부쳐
작가연보
책속에서
“두려움 때문에 그녀의 영혼은 그녀 속에서 죽어갔다. 그녀는 결코 그를 본 적이 없음을, 그도 그녀를 결코 본 적이 없음을, 그러고도 그들은 누구와 만나는지도 모르는 채 어둠속에서 만나왔으며, 누구와 싸우는지도 모르는 채 어둠속에서 싸워왔음을 알았다. 이제 그녀는 보게 되었고, 보면서 입을 다물게 되었다. 그녀가 틀렸던 것이다. 그녀는 그를 그 아닌 다른 어떤 것이라고 말해온 것이며, 그와 친숙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줄곧 그녀와 별개의 존재였으며, 그녀가 결코 살아본 적이 없는 식으로 살았고, 그녀가 결코 느껴본 적이 없는 식으로 느꼈던 것이다.”
“연기를 내며 타오르던 생명이 그를 떠나버리고 그는 그녀로부터 떨어져 완전히 낯선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제 그가 자신에게 얼마나 낯선 사람인가를 깨달았다. 한 몸으로 살아오던 그가 이제 별개의 낯선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점 때문에 그녀의 자궁 속에는 얼음장 같은 두려움이 생겨났다. 삶의 열기에 가려 보이지 않던, 바로 이 절대적인 고립이 전부였단 말인가? 두려움에 싸여 그녀는 얼굴을 돌려버렸다. 그 사실은 너무나도 치명적이었다. 그들 사이에 아무것도 없으면서도 되풀이하여 서로의 벌거벗음을 교환하며 그들은 함께 살아왔던 것이다.”
“그와 함께한다면 다른 종류의 햇볕에, 무겁고 크고 땀이 맺히게 하는 햇볕에 몸을 담그는 일과 같을 것이며 끝난 뒤에는 잊어버리게 될 것이었다. 그는 구체적인 개인으로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따뜻하고 강한 생명으로 한번 목욕을 하는 것이고 그러고 나면 떨어져서 잊어버릴 것이다. 그러고는 다시, 일광욕처럼,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목욕을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