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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우리나라 옛글 > 산문
· ISBN : 9788937415692
· 쪽수 : 440쪽
· 출판일 : 2017-11-24
책 소개
목차
명종과 선조 연간
이황(李滉)
군주의 마음공부(進聖學十圖箚)
부부의 불화는 누구의 책임인가(與李平叔)
내 자식 살리려고 남의 자식을 죽이겠는가(答安道孫)
학문의 맛을 깨닫는 법(朱子書節要序)
우리말 노래를 짓다(陶山十二曲跋)
도산에 사는 이유(陶山雜詠幷記)
조식(曺植)
위험한 백성(民巖賦)
자전은 과부이며 전하는 고아입니다(乙卯辭職疏)
퇴계에게(答退溪書)
최연(崔演)
노비 기러기(雁奴說)
쥐 잡는 고양이(猫捕鼠說)
홍섬(洪暹)
궁궐 그림을 그리다(漢陽宮闕圖記)
김인후(金麟厚)
백성을 다스리는 법(上李太守書)
이정(李楨)
턱이라는 이름의 집(頤庵記)
박전(朴全)
제 팔을 부러뜨린 사람(折臂者說)
정탁(鄭琢)
이순신을 위하여(李舜臣獄事議)
기대승(奇大升)
퇴계의 생애(退溪先生墓碣銘)
언제나 봄(藏春亭記)
고경명(高敬命)
조선의 출사표(檄諸道書)
성혼(成渾)
아들과 손자들에게 남기는 유언(示子文濬及三孫兒)
스승은 필요 없다(書示邊生)
격언을 써 주지 못하는 까닭(書姜而進帖)
정인홍(鄭仁弘)
술을 마시는 법(孚飮亭記)
윤감의 때늦은 공부(尹堪傳)
이제신(李濟臣)
철쭉을 통한 공부(倭躑躅說)
어리석음으로 돌아오는 집(歸愚堂記)
이이(李珥)
김시습의 일생(金時習傳)
숨을수록 드러난다(上退溪先生)
학문의 수준(答成浩原)
일상의 학문(擊蒙要訣序)
명목 없는 세금을 없애는 방법(送趙汝式說)
소리를 내는 것은 무엇인가(贈崔立之序)
세 가지 벗(送尹子固朝天序)
정철(鄭澈)
나는 술을 끊겠다(戒酒文)
싸우는 형제에게(江原監司時議送題辭)
홍성민(洪聖民)
돌싸움 이야기(石戰說)
잊을 망(忘), 한 글자의 비결(忘說)
말을 소로 바꾸다(馬換牛說)
소금을 바꾸어 곡식을 사다(貿鹽販粟說)
백광훈(白光勳)
과거를 준비하는 아들에게(寄亨南書)
윤근수(尹根壽)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에게(金吾契會序)
이산해(李山海)
구름보다 자유로운 마음(雲住寺記)
가만히 있어야 할 때(正明村記)
대나무 집(竹棚記)
성내지 않는 사람(安堂長傳)
최립(崔岦)
그림으로 노니는 산수(山水屛序)
성숙을 바라는 이에게(書金秀才靜厚願學錄後序)
한배에 탄 적(送林佐郞舟師統制使從事官序)
고산의 아홉 구비(高山九曲潭記)
유성룡(柳成龍)
옥처럼 깨끗하고 못처럼 맑게(玉淵書堂記)
죽어도 죽지 않는 사람(圃隱集跋)
먼 훗날을 위한 공부(寄諸兒)
조헌(趙憲)
혼자서 싸운다(淸州破賊後狀啓別紙)
임제(林悌)
꿈에서 만난 사육신(元生夢遊錄)
김덕겸(金德謙)
열 명의 손님(聽籟十客軒序)
오억령(吳億齡)
옥은 다듬어야 보배가 된다(贈端姪勸學說)
한백겸(韓百謙)
나무를 접붙이며(接木說)
오랫동안 머물 집(勿移村久菴記)
고상안(高尙顔)
농사짓는 백성을 위해(農家月令序)
이호민(李好閔)
한가로움에 대하여(閑閑亭記)
장현광(張顯光)
우리는 모두 늙는다(老人事業)
하수일(河受一)
농사와 학문(稼說贈鄭子循)
이득윤(李得胤)
사람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醫局重設序)
차천로(車天輅)
시는 사람을 곤궁하게 만드는가(詩能窮人辯)
이항복(李恒福)
시인과 광대와 풀벌레(惺所雜稿序)
윤광계(尹光啓)
어디에서나 알맞게(宜齋記)
아들을 잃은 벗에게(逆旅說)
허초희(許楚姬)
하늘나라에 지은 집(廣寒殿白玉樓上樑文)
책속에서
나는 늘 고질병으로 고생하느라 산에 살더라도 마음껏 책을 읽지 못한다. 남몰래 걱정하며 몸조리하다가 때때로 몸이 가뿐하고 마음이 상쾌하여 세상을 둘러보면 감개가 뒤따른다. 그러면 책을 덮고 지팡이를 짚고 나가 관란헌에 가거나 정우당을 구경하고, 단에 올라 절우사를 찾으며, 밭을 돌며 약초를 심기도 하고, 숲을 헤치며 꽃을 따기도 한다. 바위에 앉아 샘에서 장난치거나 대에 올라 구름을 바라보거나 낚시터에서 고기를 구경하거나 배를 타고 갈매기와 놀기도 한다. 마음 가는 대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 눈에 띄는 경치마다 흥취가 생긴다.
실컷 흥취를 즐기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고요한 방 안에 책이 가득 쌓여 있다. 책상을 마주하고 조용히 앉아 마음을 잡고 이치를 궁구한다. 간간이 깨닫는 것이 있으면 흐뭇하여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린다. 깨닫지 못하는 내용이 있으면 벗에게 도움을 받고, 그래도 깨닫지 못하면 혼자서 분발해 보지만 억지로 깨달으려 하지는 않는다. 우선 한쪽에 밀쳐 두었다가 가끔 다시 꺼내 마음을 비우고 곰곰 생각하여 저절로 이해하기를 기다린다. 오늘도 그렇게 하고 내일도 그렇게 한다.
─ 이황 「도산에 사는 이유(陶山雜詠幷記)」
전하의 나랏일은 이미 글렀으며, 나라의 근본은 이미 망했습니다. 하늘의 뜻은 이미 떠났고 백성의 마음은 이미 흩어졌습니다. 비유하자면 큰 나무를 백 년 동안 벌레가 파먹어 진액이 다 말라 버렸는데 거센 비바람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지경에 이른 지 오래입니다. 조정에 있는 사람 중에 충성스럽고 뜻있는 신하와 밤낮으로 부지런한 선비가 없지 않으나, 이미 형세가 극에 달하여 지탱할 수 없고 사방을 둘러보아도 손쓸 도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낮은 관원들은 아래에서 시시덕거리며 주색을 즐기고, 높은 관원들은 위에서 데면데면하게 재물만 늘리고 있습니다. 물고기의 배가 썩고 있는 지경인데도 바로잡으려 하지 않습니다. 조정에 있는 신하는 용이 연못에 도사리듯 도와줄 당파를 끌어모으고, 지방에 있는 신하는 이리가 들판을 마음대로 누비듯 백성의 고혈을 짜내는데, 가죽이 없어지면 털이 붙을 곳이 없다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신은 오랫동안 생각하다가 길게 한숨 쉬며 낮이면 몇 번이나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고 울먹이며, 밤마다 오랫동안 지붕을 올려다보았습니다.
─ 조식 「자전은 과부이며 전하는 고아입니다(乙卯辭職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