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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7419539
· 쪽수 : 228쪽
책 소개
목차
1부
준코 9
아무 관련 없는 인물들 15
중국인 J 20
용서 24
랄로 쿠라의 원형 29
숨 참고 마시는 맥주 33
종로 39
금요일 43
일요일 48
내가 아는 현주 52
만두 먹고 술 먹고, 모든 게 잘 되진 않았어도 56
2부
선생과 사이다 63
아주 예리한 칼 68
5월에 쓴 소설 72
매일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79
어제 83
단조롭고 건조하게 88
곰팡이와 몸 93
감자 98
장호원-만두마을 이야기 103
장호원 2 109
이력서 112
너무 시끄러운 고독 118
3부
주디 125
잠 129
그와 메뚜기 134
눈 140
제사 144
포천 148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150
그럴 수 없지만 그런 척하고 싶은 것들 154
토니와 수잔 157
정확한 진단 162
개똥 같은 167
가만한 지옥에서 산다는 것 170
4부
치과, 브루클린 버거 177
사랑하지 않았던 사람들 182
사진, 여름 186
밑장이 까여서 190
옛날 사람 193
꿈에서만 보는 사람들 198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202
내가 집에 두고 온 것 205
그런 생각 210
어떤 기대 213
유치하고 우스운 말 217
에필로그 223
리뷰
책속에서
새해가 밝은 지 세 달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새해 인사를 하듯이 술을 퍼마시고 사람들을 만난다. 나는 새해 인간이다. 여전히 술을 퍼마시니까, 그건 새해 인간이다. 1월 마지막까지는 술을 먹기 전에 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말을 달고 다녔다. (……) 이제 더는 새해가 아닌데, 나도 잘 아는데, 나는 여전히 새해에 있는 것 같다. 올해의 속도를 따라가기가 힘들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설을 쓰면 쓸수록 단단해진고 있다는 느낌보다 물렁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어떤 생각도, 습관도, 고집도 전부 다 고무처럼 물러지고 있다는 느낌. 단단했던 것들이 한번씩 깨어지고 다시 재조립되는 중이라면 좋을 텐데, 나는 아직 깨어진 채로만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상태가 얼마나 더 길어질까. 깨어진 것들이 붙기는 할는지.
나는 숨을 참고 꿀꺽꿀꺽 맥주를 들이켰다. 숨을 참고 맥주를 마시는 기분이 꼭 오늘 울음을 참던 기분과 비슷했다. 코가 찡하고, 눈가가 촉촉해지는 기분.
다 마신 맥주 캔이 계속해서 늘어 갔고, 울고 싶었는데, 딱히 울 이유가 없어서 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