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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비평
· ISBN : 9788937428081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24-08-16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5
1장 전남의 이미지들
역사의 잔해와 무덤 순례자—오종태론 17
보존된 고향, 고향의 파편들—「민속가」의 후경으로부터 40
이미지 덮어쓰기 —사북과 광주 56
2장 광주 2순환도로
나는 아직도 1순환도로에서 75
순환도로 이전의 교통 84
학동의 결집체들 92
2순환도로: 상무지구의 밀실들 101
2순환도로 바깥의 사람들 112
도시의 생존 호흡법 121
3장 방직공장의 가장자리
광주광역시 북구 임동 100-3 133
그린요양병원, 서울의 문래동과 광주의 유동 143
양동 도시제사 공장의 함성 155
기억을 따라 걷기 16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글을 쓰는 동안 도저히 잊히지 않던 이미지가 있다. 붉은 토사와 건물 잔해가 도로로 쏟아져 내린 처참한 풍경. 23층부터 38층까지 한쪽 귀퉁이가 무너져 내린 아파트. 2021년과 2022년에 학동과 화정동에서 일어난 붕괴 사고의 이미지다. 학동에서 처음 참사가 일어났을 때 나는 《릿터》에 ‘광주 2순환도로’라는 주제로 에세이를 막 연재하고 있었다. 2년이 지났고 나는 붕괴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일상을 살고 있지만, 그 이미지는 쉽게 잊을 수 없었다. 도시라는 스크린 위에 언제든 다시 상영될 수 있는 필름처럼 뇌리에 박혀 버린 탓이다. 다른 이들도 아직 그 이미지를 잊지 않았다면, 광주가 표상하는 인권과 민주주의,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구호는 이미 설득력을 잃었을 공산이 크다. 우리는 판촉 뒤에서 벌어지던 일을 뒤늦게 목도한 셈이다.
오종태에게 사진은 고정된 시공간이 아니다. 유동하는 이미지이자 역사의 이미지이고 파괴와 소멸 바로 직전에 놓인 동시대의 이미지다. 아우슈비츠가 현재한다는 감각, 곧 신체 반응(이는 수동적인 수용이 아니라 능동적인 해석이다.)이 일으키는 ‘행위’가 기존에 확정적으로 존재하는 사물이나 세계를 다르게 명명하도록 추동한다면, 사진 기록의 ‘고정성’은 역사를 통해서 변주될 수 있는 것이다.
강봉규가 살았던 시절보다 훨씬 더 멀리 나아간 개발의 논리는 중앙과 지방의 시간적 거리를 한참 줄여 놓았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삶의 거리는 그 둘 사이의 땅값 차이로 환산되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져 버렸다. 중앙과 지방 사이, 도시와 고향의 이미지의 거리가 벌어질 대로 벌어진 지금, 그 틈을 메우기란 쉽지 않다. 그 가운데 대낮의 광장에서 레드 콤플렉스의 유령이 출몰하고, 금이 간 벽과 풀, 냄새와 느린 생활은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