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38204240
· 쪽수 : 384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바닥에 놓여 있는 몇 개의 상자를 조심스럽게 피하며 한나는 예배당 쪽으로 난 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고는 예배당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예배당이 한결 나았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오후의 햇살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다.
“매튜 목사님?”
한나는 그를 불러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참나무로 만든 기다란 예배당 의자를 한줄 한줄 훑어보았지만 움직이는 것이라곤 공중에 부유하는 먼지 알갱이뿐이었다.
한나는 1~2분 정도 기다려보았다. 매튜 목사가 한나의 목소리를 듣고 이리로 나오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디서도 발걸음 소리 같은 건 들리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기다렸다. 한나는 이번엔 카펫이 깔린 중앙 통로를 따라 높다란 아치형의 스테인드글라스 유리창을 지나 교회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은 성가대석으로 향하는 계단의 반대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밥이 최근에 새로 단장한 공간이었다. 사무실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한나는 망설였다. 매튜 목사가 기도나 명상에 심취해 있으면 어쩐다? 고작 점심식사 같은 세속적인 것으로 그를 방해해도 괜찮은 걸까? 하지만 말이야 바른 말이지, 크누드슨 부인의 홈메이드 치킨 수프는 신성하리만큼 맛있다!
“매튜 목사님?”
한나가 다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점잖게 노크를 했다.
“안에 계세요?”
아무 답도 없다. 한나의 심장 박동이 다시금 빨라졌다. 목이 콱 막히는 듯했다. 이런, 이건 좋지 않다. 불길하다! 한나는 그 자리에서 뒤돌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겁쟁이처럼 굴고 싶진 않았다. 매튜 목사가 안에서 부상이라도 입었다면 어쩐다? 아니면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쓰러진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면…… 아, 그건 정말이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한나는 다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한 번 더. 결국, 한나는 떨리는 손으로 문의 손잡이를 돌려보았다. 그러고는 간신히 문을 빼꼼 열었다. 책상의 가장자리가 겨우 눈에 들어왔다. 한나는 문을 좀 더 열어보았다. 그리고…….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케이크였다. 크누드슨 부인의 레드 데블스 푸드 케이크 한 조각이 책상 앞 양탄자 위에 놓여 있었다. 그 옆에 접시가 나뒹굴고 있는 것을 보니, 케이크를 바닥에 떨어트린 모양이었다. 한나는 잠시 케이크를 바라보았다. 부인의 군침 도는 퍼지 프로스팅이 하얀 양탄자 위에 뭉개져 있었다. 얼룩이 졌으면 큰일인걸. 하지만 책상 건너편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마자 얼룩 걱정 따위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끔찍한 광경에 한나는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버렸다. 매튜 목사가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책상 위에는 설교 원고들이 흩어져 있었다. 부인의 말씀대로 수요일에 있을 설교를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 책상 위로 힘없이 떨궈져 있는 그의 머리가 보였다. 잠든 것 같진 않았다. 종이 위로 무언가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피였다! 아주 많은 피. 과연 인간이 저토록 많은 피를 몸 안에 담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엄청난 양의 피였다.
“매튜 목사님?”
한나가 나지막이 불러보았다. 대답하리란 기대 같은 것은 전혀 없었지만, 역시 대답은 없었다. 매튜 목사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