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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한국학/한국문화 > 한국인과 한국문화
· ISBN : 9788939207110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4-02-14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제1부 반란으로서의 축제
광장의 축제에서 다시 마을 회의로
우리 전통 축제의 성적 반란
제2부 통치로서의 축제
팔관회와 연등회는 고려의 국풍이었다
강릉단오행사는 '굿' 아닌 '제'다
탐라국 입춘굿놀이 - 되살린 읍치성황제
제3부 잃어버린 자치 축제를 찾아서
별신굿이 된 영산 문호장단오굿
영원한 재야 사제 - 무당
‘울고 넘는 박달재’의 진짜 비극
저자소개
책속에서
자고로 축제에는 얼마쯤의 희생(犧牲)이 따른다. 그러나 마야 왕국과 같이 태양신에게 산사람을 대속용 제물로 바쳤던 원시적 고대축제 때도 전쟁 포로나 범죄자 중 몇 명을 희생 제물로 바치는 데 그쳤다. 적은 희생을 사제가 대신 바치고, 많은 생명을 더불어 살려달라는 기원이 고전적 축제다. 그런데 화천의 산천어 축제에는 되풀이 되는 하천의 개보수 공사와 산천어의 양식을 위해(은폐되어 비가시적으로) 파괴되는 수많은 생명을 제외하고서도, 무려 44만 마리의 산천어를 해마다 희생 제물로 바치고 있다. 100만 생명이 44만 생명을 2대 1의 희생 제물로 잡아 바친다고‘죽임의 의식’이 결코 지속 가능한 살림의 축제가 될 수는 없다.
이 땅의 탈춤은 향리들에 의해 정치적이거나 상업적인 목적으로 조선 후기부터 공연되었다. 탈춤의 풍자와 저항이 단순한 풍자에 그치고 반란성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이처럼 사라진 계급에 대한 풍자였기 때문이다. 살아서 날로 위세를 더해가던 왕권이나 국가 관료들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거나 풍자한 탈춤은 물론 그 밖의 어떤 반란적인 전통 축제도 이 땅에는 없었거나 아니면 일찍이 사라진 것 같다. 전승 기록된 우리 전통 굿에는 풍농 주술적인 성적 은유와 탈춤을 통한 가벼운 풍자만 있었고 유럽처럼 반란다운 반란의 축제는 하나도 없었다. 이 땅의 전통 굿에는 왜 정치적, 혁명적 반란보다 풍농 주술적인 성적 반란으로 만족하는 순한 백성들과 지배자들이 좋아하는 세시풍습과 같은 미풍양속만 있었던 것일까? 왜 우리 전통은 반란 대신 장사와 통치에만 좋은 아름다운 전통문화가 되었을까?
이제는 얼굴을 맞대고 몸을 부비는 마당의 시대, 마을 공동체의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동일한 취미나 이해관계에 따라 지역을 넘어 이합집산 하는 전자 공동체의 시대, 사이버 공동체의 시대라고 한다. 전자 공동체의 시대는 축제마저 기원을 비는 제사 마당을 버리고 과시적이고 위압적인 광장에서 시각적인 스펙터클을 추구하거나 스튜디오에서 그것을 연출, 획일적으로 조작할 뿐이다. 그래서 사이비 지방분권의 지방 단체장들과 시장번영회장의 주도로 소수 축제 전문가들이 경쟁적으로 연출해내는 1,000개가 훨씬 넘는 이 땅의 중상주의적‘축제 잡기’들 중에 농경 공동체에 기반 했던 전통 잡기는 구색 맞추기와 국가적 보존 차원이 아니면 설 자리가 없다. 오늘날의 모든 성공한(?) 현대 축제는 지역공동체 대신 호기심 많은 떠돌이성 타지인들의 감성을 직접 자극하는 희귀 상품 또는 첨단 상품의 피 튀기는 개발 시장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관광상품으로서의 상업주의 축제는 차고 넘치는데 기원으로서의 축제, 일탈로서의 축제, 뒤집기로서의 진정한 해방, 치유의 축제 공동체는 영영 사라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