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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9222335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15-05-14
책 소개
목차
제1부
격렬비열도|간|시인들|바람 인형|폐결핵|동백, 대신 쓰는 투병기|호버링|시인 클럽|북역|한밤의 조문|저녁 비|박제들|외곽|눈먼 자들의 도시|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 난 창녀|우리들의 중세
제2부
복서 2|오빠|아르바이트 소녀|복서 연대기|누나|목련 출처|피자 배달 소년 표류기|박제사들|중3|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원정|목련 하차|호모 텔레비전 사피엔스 1|호모 텔레비전 사피엔스 2|호모 텔레비전 사피엔스 3|멸치
제3부
인천|비글호, 비굴호|용호동|음악처럼|술래와 순례|가족 도감 1|가족 도감 2|산책|구제역|문장|닻|한 잎의 무덤|집시의 시간|마네킹|비둘기처럼 다정한
제4부
와중|당귀|자소상|우물|시인의 손|흠집|물집|의자|병산 행간|빗방울 화석|암 병동|체르노빌|감기|무덤들|에필로그
해설 홍기돈
시인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 편집자가 꼽은 박후기의 시
간
아버지는 침묵했다
병 앞에서
간처럼 침묵했다
아버지 등 뒤로
죽음 몰래 다가설 때마다
위험하다고 툭툭
등 두드리던 기침, 소리
침묵하는 간
심장과 엄마는
언제나 혼자 뛴다
약을 사러 갈 때도
약을 먹여야 할 때도
두근두근 울먹울먹
혼자만 서두른다
아버지,
여전히 침묵하는 간
심장은 간 옆에 있지만
피(血)는
간에 닿기 위해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한다
엄마는 왜 날마다 병든
아버지 곁으로 돌아오는가
심장을 떠난 피는 어떻게
발끝까지 흘러갔다
간으로 되돌아오는가
집 나간 자식들은
아버지 몸속을
흘러 다닌다 매일
변두리 혈관을
돌고 돌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죽은 아들은
아버지 몸속에서
그대로 죽은피가 되었다
아버지 누운 볼기 아래
슬그머니 욕창이 슬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가
몸을 씻겨줄 때
자꾸만 커지는 아버지 음경
자꾸 커지는 엄마 한숨 소리
여전히, 침묵하는 간
복서 2
지구의 스파링 파트너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삭월(朔月)의 눈앞이 캄캄해진다
아들 3은 실업자,
나비처럼 날아도 벌처럼 쏠 데가 없다
오늘도 집 안을 겉돌며 눈치만 살핀다
꼭두새벽 집을 나서는 엄마는
정류장까지 로드워크를 한다
아버지가 녹아웃된 후
대신 엄마가 장갑을 끼고 매일
지옥의 링 위로 올라간다
아들 3은
품속에 카운터블로를 숨긴 채
결정적인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달과 엄마처럼
숨죽이며 참고 견딘다
탐색전이 지나치면
식구들의 야유를 받는다
나가 싸우지 않는 아들 3을 향해
아들 1이 경고를 보낸다
도대체
누가 적(敵)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다
사랑했다고 치자,
아들 1과 한 여자가
링 위에서 엉겨 붙는다
사랑도 결국
사람과 무관한 일이 되어버린다
때리는 자와 맞는 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그로기 상태에 빠진 생이여
너에게 확,
수건을 던지고 싶다
음악처럼
이별하는 사람들에게
레퀴엠을 들려주고 싶어
조금은 서글프고
북처럼 가슴 치는 음악으로
떠나가는 사람의 발길을
무겁게 만들어주고 싶어
싸움질하는 사람들에게
탱고를 들려주고 싶어
때론 끌어당기고
때론 밀어내지만
음악이 멈출 때까지
잡은 손 놓지 않는
탱고 춤을 추게 하고 싶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재즈를 들려주고 싶어
산소 호흡기를 떼어내고
마지막 숨을 들이켤 때,
은은한 트럼펫 소리를
폐부 깊숙이 불어
넣어주고 싶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