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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43103613
· 쪽수 : 278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2007년, 마흔일곱
1월__ 해맞이 유감 │ 남자아이가 남자로 분류되는 시점 │ 아들 가라사대 │ 분리 불안
2월__ 집에 대한 새로운 생각 │ 떠날 때는 말 없이 1 │ 집 인연 │ 내 꿈은 별장지기
카운트다운
3월__ 가늘고 길게 │ 누구나 한번쯤 자살을 꿈꾼다 │ 시행착오 │ 패자부활전
시간이 답이다
4월__ 별사別辭 │ 궤도 수정 │ 낙서 │ 입주민 동정
5월__ 부유 │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 봄빛이 겨워라 │ 유배지의 아름다운 남자들
몽환의 귀로
6월__ 지옥에서 보낸 한철 │ 나는 언제 이사를 그만둘 수 있을까 │ 못 │ 봄날은 간다
7월__ 우리 가운데 누군가 사라지면 슬플 것이다 │ 어디쯤 가고 있을까 │ 댄서의 꿈
페이드아웃
8월__ 나의 정원 │ 모자한담 │ 능소화 │ 사진 속 풍경 한 점 │떠나지 못하는 이유
9월__ 수상한 재회 │ 짧은 이별
10월__ 시간에 대하여 │ 암흑 속의 첼리스트 │ 누이여, 꽃 같은 누이여 │ 바람의 시간
삶, 살아지는, 사라지는……
11월__ 삶, 지리멸렬한…… │ 견물생심 │ 지리멸렬, 끝날 것 같지 않은
12월__ 세 여자 │ 산문門山에 들다 │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 너는 네 운명
아듀, 마흔일곱
2008년, 마흔여덟
1월__ 도시의 유목민 │ 속임수 │ 초보 주부 │ 수납의 여왕
2월__ 기억상실증 1 │ 무의식의 반란 │ 기억상실증 2 │망각을 망각함
3월__ 새로운 시작의 날 │ 떠날 때는 말 없이 2 │ 나, 너, 그리고 우리
4월__ 금단 현상 │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 산책 │ 스타벅스 1호점 │ 가족의 탄생
5월__ 주마간산走馬看山 │ 레이스RACE │ 아몬드 나무, 혹은
6월__ 주방 노동자의 횡설수설 │ 사재기와 바가지 │ 낱개 취급 안 함!
7월__ 여기 누구 없소? │ 견고한 신념 │ 잔디 깎기와 스프링클러 │ 밥벌이의 벽
아메리카 속의 코리아 │ 사족
8월__ 빙하와 백야의 땅, 알래스카로 향하다 │ 출발은 좋았는데 │ 댕큐, 미스터 쿠퍼
9월__ 전화위복 │ 이기적인 합리주의자 │ 알래스카의 선택 │ 삼각관계 │ 신대륙 아메리카
여행과 일상
10월__ 내겐 너무 이상한 풍경 │ 극과 극 │ 복고풍 자전거
11월__ 역지사지易地思之 1 │ 자기 점검 주변 점검 │ 포틀락파티 │ 역지사지 2
12월__ 오바마는 흑인이 아니다 │그래, 그런 거지 뭐 │ 21세기 고려장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실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특히 이번 이사는 모양새부터 복잡하다. 아들과 내가 따로 움직이는 이사이며, 내 이사는 단순히 이사라기보다는 ‘모종의 상황과 결합된 이주’이며, 그리고 ‘모종의 상황과 결합된 이주’ 이전에 잠시 모처에서 칩거하면서 원고 수선과 산책으로 소일하기로 계획된 이른바 ‘전전轉轉’인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모종의 상황과 결합된 이주’로 인해 영구히 몸이 매이기 전, 삼수갑산을 좀 떠돌겠다는 것인데…….
아들은 그런 제 어미의 꿍꿍이속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 이제 내가 제 곁을 떠나리라는 사실을. 제 곁을 떠나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 새로운 관계 속으로 걸어 들어가리라는 사실을. - 34쪽, ‘카운트다운’중에서
그렇게 나는 연애를 엎었다. 단 한순간에.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유를 밝히기란 쉽지 않다. 말하기도 간단치 않다. 일일이 열거하기 성가신 이유들이 많은 것 같다가도 정작 이유다운 이유가 없는 것도 같다. 허물로 따지자면 피차일반일 터이다. 세상에 허물없는 인간이 어디 있으며 전쟁 없는 연애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래도 미흡하다면, 명확하게 꼬집어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불안감이라고 해두자. 이성적 언어로 형상화할 수 없는 세계관의 차이? 다소 모호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일이 이 지경에 이른 건 나의 조급함과 경솔함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고, 비 온 뒤 길 위에 패인 바퀴자국 같은 오해가 협곡처럼 깊어져서라고 할 수 있고, 두 사람 모두의 서투름 내지는 어리석음이랄 수 있고, 보다 그럴 듯한 설명으로는 인연의 시효만료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이유가 가장 마음에 든다.
인연이 다하다……. 어쩌면 가장 타당하게 들린다. - 47쪽, ‘별사’중에서
차를 많이 마시는 사람은 외롭기 때문. 시간이 더디게 흘러 무료하거나. 할일이 적거나, 아주 없거나.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무엇인가를 잊기 위해서이거나, 혹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기 위해서이거나…….
커피와 자스민 차와 국화차를 번갈아가며 마신다. 하루에 열 잔쯤. 더러는 그 이상. 붕어가 된 것 같다. 포트의 물 끓는 소리가 이 방안에서 일어나는 유일한 기척이다. 듣고 있으면 다감한 귀엣말처럼 마음이 놓인다. 이제는 물 끓는 소리를 듣기 위해 차를 마신다. - 54쪽, ‘낙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