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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한국정치사정/정치사 > 노무현정부
· ISBN : 9788946053533
· 쪽수 : 464쪽
책 소개
책속에서
엘머 에릭 샤츠슈나이더(Elmer Eric Schattschneider)는 정치는 무수히 많은 잠재된 갈등 가운데 어떤 갈등이 지배적 위치에 놓이게 하느냐를 결정하는 게임이라고 하면서, 정치에서의 가장 파국적인 힘은 하나의 갈등을 전혀 다른 갈등으로 대체하면서 기존의 모든 갈등 구도를 뒤바꿔놓는 권력, 즉, 서로 관련이 없는 것을 연결 짓는 권력이라고 봤다(Schattschneider, 2008: 115~135). 2002년에는 민주화 이후 지역주의에 기초한 정치 갈등을 이념 등 새로운 갈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 시민적 요구가 존재했고, 또 2004년 열린우리당의 극적인 부상을 통해 기존의 갈등을 대체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그러나 노무현의 정당정치에 대한 외면, 인터넷을 통한 대중 참여에 대한 의존, 정치 개혁에 대한 이상주의적 접근 등이 모두 그러한 요구를 제도적 차원에서 확립되기 어렵게 만든 요인이 됐다. 노무현 시기의 정당정치의 실패는 곧 열린우리당의 실패였고, 그것이 결국은 노무현의 정치 실험의 실패로 이어진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권이 실패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 ‘현실의 반격’을 들어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 하지만 적어도 4대 개혁입법과 관련해서 볼 때는 ‘현실의 반격’을 이야기하기보다는 ‘현실이라는 벽’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국보법', '언론법', '과거사법', '사학법' 등 4대 개혁법안 중 어떤 것도 경제정책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는다. …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은 현실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노무현이라는 비주류 권력이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철옹성 안에 주둔하면서 바깥에 있는 적들이 지치고 분열하기를 기다렸다. 그 철옹성이란 다름 아니라 한국 현대사에서 60년간 지속되어온 성장과 안보에 대한 추종이었다. 4대 개혁입법의 주요 내용은 사실상 성장이나 안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주류 정권이었던 노무현 정권은 이 점을 설득해낼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가 동시다발적 FTA를 추진하면서 얻은 국내 정치적 성과는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 노무현 정부가 출범부터 동북아 중심의 외교, 그리고 과거 정권보다는 친중 외교정책을 펼쳤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러한 정책은 전통적으로 친미 외교정책을 지지했던 보수층으로부터 반감을 얻었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 파병 문제, 용산기지 이전 문제, 그리고 한-미 FTA 추진 등의 사안들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보수층의 지지를 회귀시키는 데 다소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