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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0979072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8-01-21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료스케는 고다 파에게 2천만 엔의 빚을 지고 있었다.
‘돈 나올 구석’이란 오조라 신용금고의 오노 지점장 대리다. 알고 지내는 윤락업소 주인에게 입수한 고객 명부에서 오노를 골라, 공갈로 돈을 뜯어내 발등에 떨어진 불을 조금이라도 꺼볼 작정이었는데, 협박 전화를 한 다음 날 오노가 경찰에 달려가는 바람에 계획이 다 틀어졌다.
“고다 씨, 우리가 어떤 사입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분명 에바토 씨한테는 여러모로 신세를 졌소.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성의를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
“뭐, 그야 그렇습니다만…….”
료스케는 우시가누마 서로 이동하기 전, 우라야마 서에 있던 시절에 고다와 안면을 텄다. 정년퇴직하는 선배 형사의 소개로 고다 파 사무소에 이따금 얼굴을 내밀었다. 당초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정보수집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보를 받는 쪽에서 주는 쪽으로 변했고 만나는 장소도 사무소에서 골프장, 결국은 클럽과 윤락업소로 변했다. 마가 끼었다거나 저도 모르게 구렁텅이에 깊숙이 빠졌다는 표현은 료스케에게 들어맞지 않는다. 소개해준 선배 형사도 분명 같은 짓을 했을 테고, 자신은 우라야마 서에서 대대로 이어지는 유착 관계의 배턴을 넘겨받은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양심의 가책 따위는 눈곱만큼도 느끼지 않았다.
고다가 투덜댔다. “나도 2천만 엔밖에 안 되는 푼돈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따지기는 싫어요. 하지만 공과 사의 구분은 분명히 해야지.”
“물론 그렇습니다.” 료스케는 호들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떼어먹으려고 그러는 건 아니에요. 실은 돈 나올 구석이 한 군데 더 있습니다.”
“어떤?”
“그건 기업 비밀이라서요, 하하하.”
고다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기 하나 없었다. 조그만 눈이 네놈 이야기는 못 믿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한 달만 기다려주시면 2천만 엔을 한 푼도 남김없이 싹 갚겠습니다. 어허, 진짜라니까. 아니오, 정말입니다.” 료스케는 그렇게 말하며 테이블에 양손을 대고 고개를 숙였다.
“그날 만난 뒤로 내 나름대로 이것저것 많이 따져봤어. 역시 사고로 위장하는 게 제일일 것 같아.”
“사고라니?”
“교통사고, 차로 치는 거지.”
“그건 안 돼.”
잘될 거라는 생각이 눈곱만큼도 안 들었다.
텔레비전으로 얻은 어중간한 지식에 불과하지만, 경찰은 자동차의 아주 조그만 부품과 도료 조각, 타이어의 흔적 등으로 뺑소니 차량을 가려낼 수 있다고 한다. 신야가 붙잡히면 당연히 자신도 의심받을 게 불 보듯 뻔했다.
“차 때문에 덜미가 잡힐까 걱정이야? 괜찮아, 훔친 차를 쓸 거니까.”
“그러려고 차를 훔치겠다고?”
“차를 쌔비는 건 간단해. 치고 나서 버리면 그만이고.”
“해본 적 있어?”
신야는 코웃음을 쳤다. “옛날에는 그게 일상이었지. 실컷 타고 다니다가 버리는 거야.”
미나는 신야의 얼굴을 말끄러미 쳐다보았다. 가정환경이 열악해서 고등학교도 한 주 만에 퇴학했다고 한다. 지금은 성실하게 일하는 모양이지만, 나쁜 짓을 하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신야는 미나 손에서 사진을 잡아채 날카로운 눈으로 다케오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역시, 이러면 안 돼.”
미나가 사진을 다시 뺏으려고 했지만 신야는 사진을 내놓지 않았다.
“이대로 있으면 평생 맞으면서 살아야 해. 그래도 괜찮겠어?”
“…….”
“마음 푹 놓고 나한테 맡겨둬.” 신야는 미나의 눈을 들여다보며 타이르듯이 말했다. “이 녀석만 없으면 미나 씨는 행복해질 수 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