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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0993801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1-04-15
책 소개
목차
2. 속삭임·24
3. 목숨을 구하기 딱 알맞은 때·30
4. 모두를 위하여·35
5. 불꽃·48
6. 마법의 스파크·57
7. 밀려오는 파도·69
8. 죽음의 묘약·76
9. 구름다리를 독차지하려는 싸움·81
10. 낙하산을 타고 온 방문객·91
11. 마름병·96
12. 초록 불꽃·110
13. 맛있는 아주 작은 한 입 거리·119
14. 파란 얼음·128
15. 소용돌이·138
16. 그림자·147
17. 아득한 종소리·153
18. 소름 돋는 오싹한 소리·161
19. 안개 낀 듯 뿌연 관문·163
20. 하늘의 불꽃·168
21. 기이한 생각·174
22. 선택·178
23. 뜻밖의 선물·185
24. 약속·195
25. 횃불·204
26. 아발론의 초록 심장·212
27. 준비·218
28. 별빛·228
29. 웃음소리·234
30. 위에서 내려오는 불·237
31. 어두운 틈·245
32. 마법의 지도·250
33. 이 세계가 여전히 지속하는 동안·259
34. 위대한 싸움·268
35. 둠라가의 승리·280
책속에서
유령의 늪에 사는 생명체들은 죽음의 구덩이를 계속 빠져나왔다. 이들은 그 어두운 곳에서 탈출하려 끊임없이 버둥거렸다. 구더기나 애벌레처럼 스르르 미끄러지든, 썩어가는 살점을 먹어치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짐승들처럼 기어가든, 또는 늪지 유령들처럼 둥둥 떠다니든, 구덩이에서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려 버둥거렸다. 마침내, 이제 오랫 동안 그곳에 있던 썩어가는 시체만 남았다. …… 그리고 모두가 필사적으로 피하려고 하는 짐승뿐이었다.
둠라가는 이미 거대했는데도 계속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 커졌다. 또 커졌다. 이제 꿈틀거리는 거대한 몸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벽에 닿는 것은 모조리 짜부라졌다.
멀린은 잔뜩 집중한 채 지팡이 끝을 호수 안으로 내렸다. 나무와 물이 만나자 작은 파문이 하얗게 그 자리에서 퍼져 나갔다. 물살이 부글부글 끓으며 거품이 일었다. 호수는 지팡이 끝 주변에서 끓어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멀린의 손에 들린 지팡이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러는 내내,
멀린은 지팡이를 단단히 꽉 움켜쥐었다. 너무 세게 쥐어서 멀린의 손가락 관절이 거품이 이는 물처럼 새하얗게 변했다.
끓던 물이 잠잠해졌다. 물은 다시 평온해졌다. 마침내 잔물결만 잔잔하게 남았다. 마법사는 지친 창백한 얼굴로 물에서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거기, 지팡이 끝에 완벽한 형태의 칠각형 수정 하나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수정이 하얀빛을 뿜어내며 별처럼 밝게 빛났다. 순수한 엘라노의 수정.
어둠의 존재는 분노를 빨아들이며 격렬하게 몸을 흔들었다. 다음에 먹을 음식 생각만으로도 기대감에 들떠 몸이 저절로 흔들렸다. 그렇다…… 그 음식은 자신을 훨씬 더 빨리 자라게 할 것이고, 힘을 크게 늘릴 것이고, 마침내 리타 고르가 아발론을 정복할 수 있게 문을 열어 줄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다음 먹이는 그림자 거머리의 이름값을 확실히 증명할 것이다. 그 이름은, 정령의 영토 언어로 ‘어둠보다 어둡다’는 뜻이다. 그 이름은 곧, 이 세계에서 죽음과 동의어가 될 것이다.
둠라가(Doomraga).
다시 그림자 거머리는 몸을 흔들었다. 붉은빛이 상처처럼 고동치며 거머리 위에서 나타났다. 충혈된 눈. 이윽고 그 몸의 무한한 어둠으로부터 살을 엘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늪지 유령들조차 소름이 돋았다. 그 바람에는 소름 돋는 말도 함께 실려 왔다.
“둠라가. 어둠보다 더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