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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역사학 > 역사학 일반
· ISBN : 9788952128294
· 쪽수 : 326쪽
· 출판일 : 2019-04-15
책 소개
목차
옮긴이의 말
일러두기
서문
제1장 역사의 의미와 범위
제2장 과거의 중국 역사학계
제3장 역사의 개조
제4장 사료의 종류와 출처
제5장 사료의 수집과 감별
제6장 역사적 사실들의 상호관계
[보론] 역사가의 4대 요건
[부록] 량치차오 연보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속에서
남의 책을 잘 요약할 줄 아는 사람은 창작을 할 수 있다. 순열의 《한기》 이후 송의 원추(袁樞)가 쓴 《통감기사본말》에서 우리는 또 그런 예를 보게 된다. 편년체는 연대를 날줄로 하고 사건을 씨줄로 하여 독자로 하여금 역사적 사실의 시간적 관계를 분명히 파악할 수 있게 하는데, 이것이 바로 그 장점이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은 본래 연속성을 갖고 있어서 하나의 사건이 수천 혹은 수백 년에 걸쳐 있으며 편년체의 서술은 아무리 교묘하더라도 본질상 장부식 서술을 벗어날 수 없다. 특정 연도에 기록된 일을 읽으면 그 원인은 몇 년 전에 있거나 이미 그 유래를 잊어버리게 되며, 그 결과는 몇 년 뒤에 있어서 그 결말이 어찌 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앞뒤로 책장을 넘기면서 확인해야 하는 것이 수고로울 뿐 아니라 읽는 재미도 없다. 원추는 《자치통감》을 요약해서 사건을 시작과 끝으로 삼아 1,600여 년의 내용을 239개의 사건으로 요약하였다. 이 작업은 책장을 넘기면서 뒤져야 하는 고통을 느끼고 스스로 《통감》을 연구하는 데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시작되었을 뿐이다.
또한 학문을 잘하는 사람은 연구해야 할 문제를 그 대소(大小)를 기준으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문제의 대소는 있으나 한 문제를 연구하는 정신은 대소가 없으며 똑같이 진리를 구하는 과정일 따름이어서, 큰 문제를 통해서도 진리를 구할 수 있지만 작은 문제를 통해서도 진리를 구할 수 있다. 어떤 하나의 문제가 내 손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일단 들어오면 크든 작든 반드시 정중하고 충실하게 그것에 다가가야 한다. 크고 작음에 어찌 절대적인 기준이 있겠는가? 작은 문제를 가볍게 지나치면 어느 틈에 큰 문제도 가볍게 지나치게 되며 그렇게 되면 연구의 정신이 쇠퇴하기 마련이다. 학자라면 모름지기 연구한 것을 진실로 남들에게 주려고 해야 하는데 이때 자기가 연구해서 얻은 결과만을 주어서는 안 되고 그런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연구 경로와 진행 순서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그렇게 제공된 것은 수원(水源)을 가진 물이 되어 아무리 떠먹어도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은 것이 된다.
도대체 그것을 어떻게 해낸다는 것인가?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연습을 통해서 길러지는 듯싶다. 맨 처음에 시도할 수 있고 가장 좋은 방법은 몇 개의 범위를 스스로 지정하거나 글을 한 편 쓴 후에 책을 읽으면서 그와 관련된 내용들에는 주의를 기울이고 관계없는 내용은 지나치는 것이다. 이렇게 며칠을 지낸 후 독서의 범위를 바꾸거나 글의 제목을 바꿔서 주의력을 새로운 방면으로 전환한다. 이런 방법으로 며칠간 해 보면 곧 익숙해질 것이다. 익숙해진 이후에는 너무 마음을 쓸 필요 없이 마음대로 책을 펼쳐도 마땅히 주의해야 할 점들은 즉시 떠오르게 되어 있다. 책을 한 번 읽을 때는 하나의 주의점만 가지고 읽으며, 두 번째 읽을 때는 주의점을 바꿔서 읽는다. 이것은 가장 엉성한 방법이지만, 실로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이렇게 몇 번 해 본 뒤에는 동시에 여러 개의 주의점을 가지고 책을 읽어도 전혀 힘들지 않다. 앞에서 나는 책을 읽을 때 초록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만일 주의점을 보지 못한 채 두서없이 초록에만 몰두하면 그것은 아무 쓸모없는 초록이 되고 만다. 반드시 취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야 취하는 데 들이는 노력을 절약할 수 있으니 이는 특별히 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