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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 학계의 금기를 찾아서](/img_thumb2/9788952223982.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52223982
· 쪽수 : 96쪽
· 출판일 : 2013-03-15
책 소개
목차
학계의 금기를 말하며
스승 비판
전공불가침의 법칙
논문 형식의 실험
이성의 세계에서 추방된 주제들
생존 인물에 대한 탐구
진보 없는 보수, 보수 없는 진보
김우창 혹은 학제성
참을 수 없는 생태의 비생태성
문화비평에 ‘문화’와 ‘비평’이 없다
대중적 글쓰기의 허구성
근대성 콤플렉스
저자소개
책속에서
대학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모순인 서열주의, 인맥주의를 발원시키는 수원지라는 오늘날 학자들의 견해는 그 밑바닥에 도사린 ‘원죄 의식’으로서 스승 비판을 주목하게 만든다. 프로이트식으로 말하면 그것은 극복할 수 없는 슈퍼에고라 할 수 있다. 한 시인은 “아버지를 이긴 날, 바람 부는 강가에 나가 갈대밭에 엎드려 꽃뱀처럼 울었다.”고 외쳤다. 한국의 대학에서는 아버지는커녕 고조할아버지도 비판할 수 없는 성역에 모셔져 있다.
민중사를 재구성하는 작업은 민족지적 방법을 다양하게 시도해야 하는데 아직 어렵다는 것. 이에 따라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도 제한을 많이 받는다. “아무리 뭐라 해도 역사는 사실(事實)”이라는 낡은 인식이 ‘사료’에 대한 합리적 토론과 의견 일치를 모아 내는 일을 가로막고 있다. 또한 ‘인과적 서술’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가령 역사를 재구성하다 보면 인과관계로 도저히 풀리지 않는 부분은 있는 그대로 보여 줄 필요가 있는데, 그걸 억지 논리를 통해서 인과적으로 매끈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을 못 쓰게 막으면서 오히려 소설을 쓰는 셈이다. 특히 민족주의적 서사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정치적 커뮤니티들이 활성화되면서 이런 식의 건강한 비판 문화는 좀처럼 자리 잡지 못하고, 대신 인신공격성 비판이 난무하는 게 현재의 이념적 논쟁의 구도다. 익명의 글쓰기, 쓰는 족족 달리는 댓글 등 여러 특성상 인터넷의 이념 논쟁은 오프라인보다 훨씬 심각하게 이념 순결주의와 보?혁 간 대립을 부채질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어떤 사안에 대해 개인이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고 노선을 정해, 실시간으로 서명 받고 설문 조사 하는 식의 담론 창출의 행위는 경직되면서도 동시에 내용 없는 진보와 보수에 사람들이 끌려 다니게 만드는 것이다. 진보 안의 보수와 보수 안의 진보를 고민하는 것은, 진보적 실천을 위한 화두를 찾고 새로운 연대를 모색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자신의 이념적 불균질성을 끊임없이 인식하게 하고, 그 결과물을 표현으로 이끌어 내는 민주적이고 절차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확립하는 일과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