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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조선사 > 조선후기(영조~순종)
· ISBN : 9788952235657
· 쪽수 : 1008쪽
· 출판일 : 2016-12-20
책 소개
목차
제1장 1853년 말과 1854년 초 일본에 있는 러시아인들
제2장 상하이
제3장 일본에 있는 러시아인들
제4장 류큐 제도
제5장 마닐라
제6장 마닐라에서 시베리아 해안까지
제7장 시베리아를 지나 돌아오는 길
제8장 야쿠츠크에서
제9장 이르쿠츠크까지
제10장 20년 후에
옮긴이의 글
옮긴이 주
책속에서
키치베는 첫마디부터 벌써 숨이 넘어갈 듯하더군. “편지가… 편지가… 에도에서 도착했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그들에게서 돌아앉아 버렸네. 미친 듯이 비웃어주고 싶은 마음을 겨우 억눌렀어. 사기꾼들 같으니라고! 정말 영악하기 짝이 없지 뭔가. 우리의 출발을 늦추려고 애쓰면서 열흘 말미를 달라더니 알고 보니 에도에서 벌써 답신을 받았던 걸세. 문서는 항상 그렇듯 6~7줄의 문장으로 되어 있었어. “전권대리인인 네 명의 고위 관리가 제독을 만나 협상하기 위해 에도에서 그곳으로 가고 있는 중임.” 이것 한번 보게! 이게 바로 에도라네! 우리는 태산 같았던 부담감을 내려놓게 되었네! 식량을 구해 에도로 가려 했는데 에도가 직접 우리에게 온다니 말일세! 우리는 그 관리들이 언제 도착하느냐고 물어보았네. “에도에서… 이에 대해… 들은 것이 없습니다.”
중국인들이 끔찍할 정도로 형식주의자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 그들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지 않으면 도시로 인정하지 않네. 이런 이유로 중국의 모든 도시는 벽으로 둘러져 있고 상하이 역시 마찬가지야.
그런데 우리 앞에 나타난 광경은 정말로 놀라웠다네! (중략) 또 다른 1,000명의 사람, 즉 무장봉기자들이 벽면에 마치 파리 떼처럼 들러붙어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네. 그 아래에는 배달꾼들이 있더군. (중략) 봉쇄된 사람 가운데 누군가는 돼지고기를, 다른 누군가는 양배추를, 또 어떤 이는 닭고기를 달라고 목청이 터져라 외쳐댔네. 흥정과 욕설이 오가더니 마침내 거래가 이루어졌다네. 위에서 밧줄에 매달린 바구니에 돈이 담겨 내려오면 닭, 오렌지, 옷이 담긴 바구니가 다시 올라갔어. (중략) 내가 확신하게 된 유일한 것은 상인들이 제국주의자들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도시를 포위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네. 제국주의자들의 진영에서는 나태해 빠진 총성이 들려왔어. 그들은 봉쇄된 사람들을 모두 없애버리기 위해 봉쇄하고 이 상인들은 그들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서 봉쇄하고 있었네.
1786년 에도에서 일본인 린시페의 『삼국에 대한 주요 개관』이라는 제목의 책이 나왔네. 이 세 나라는 일본과 가장 가까운 조선, 류큐, 홋카이도야. 클라프로트가 이 책을 언젠가 구해서 중국 지리학에서 얻은 여러 지식을 붙여서 프랑스어로 번역했다네.
이 책에서는 조선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지.
“조선인은 키가 크고 중국인이나 일본인, 다른 민족보다 체격이 훨씬 건장하다. 조선인은 일본인보다 두 배나 먹는 것이 분명하다. 조선인은 교활하고 게으르며 고집이 세고 노력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중략) 우리는 노인에게 공짜로 식량을 얻겠다는 게 아니라 물물교환을 하겠다는 뜻을 다시 밝혔네. 그는 다시 한 번 이 물건들의 명칭을 다 읽고 나서 우리를 잠시 바라보고 말했지. “부지.”
그가 되풀이하였네. “부지, 부지.”
노인은 아바쿰 사제의 소매를 붙잡았어. 그러더니 붓을 쥐고 다시금 쓰더군. “부지.”
우리는 결론을 내렸어. “그래, 주기를 원치 않는 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