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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2769244
· 쪽수 : 460쪽
책 소개
목차
차가운 벽 / 자기만의 밍크코트 / 사물의 형태 / 은화 단지 / 미리엄 / 내 쪽의 관점 / 프리처의 일화 / 밤의 나무 / 머리 없는 매 / 마지막 문을 닫아라 / 생일을 맞은 아이들 / 불행의 대가 / 할인 판매 / 다이아몬드 기타 / 꽃들의 집 / 크리스마스의 추억 / 에덴으로 향하는 길 사이 / 추수감사절에 온 손님 / 모하비 사막 / 어떤 크리스마스 / 요트 여행
해설 쓸 수 있는 대답_레이놀즈 프라이스 / 트루먼 커포티 연보
리뷰
책속에서
여기는 출구 없는 홀, 끝없는 터널이다. 머리 위에서는 샹들리에가 반짝이고 바람에 휘어지는 촛불이 공기의 흐름 속에 떠다닌다. 그의 앞에는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한 노인이 있다. 노랗게 염색한 머리, 분을 바른 뺨, 인형 같은 입술. 빈센트는 빈센트를 알아본다. 저리 가버려! 젊고 잘생긴 빈센트가 소리친다. 하지만 늙고 추악한 빈센트는 네 발로 기어 그의 등을 거미처럼 타고 오른다. 협박, 애원, 타격, 어떤 짓을 해도 그를 떼어낼 수 없다. 그래서 그는 그림자를 매달고 돌진한다. 등에 매달린 사람은 위아래로 흔들린다. 뱀과 같이 가느다란 빛이 번쩍이더니 갑자기 터널에 사람이 들끓는다. 하얀 넥타이와 연미복을 입은 남자들, 실크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 그는 부끄럼을 느낀다. 그렇게 우아한 모임에 흉측한 늙은 노인을 신드바드처럼 등에 업고 나타난 자기를 보고 사람들은 얼마나 눈치 없다고 생각할까. 손님들은 짝을 지어 멍하니 서 있고 대화는 하지 않는다. 빈센트는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자기처럼 더 흉측한 자아, 내면의 썩은 부분이 외부로 드러난 존재를 매달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바로 그의 옆에는 도마뱀처럼 생긴 남자가 눈알이 하얀 흑인을 타고 있다. 한 남자가 그에게로 다가온다. 파티의 주인이다. 키가 작고 안색이 불그레하며 대머리인 남자는 반들반들한 신발을 신고 가볍고 정확하게 걸어온다. 딱딱하게 구부린 한쪽 팔에는 머리 없는 거대한 매를 얹고 있다. 매의 발톱이 손목에 들러붙어 피가 흐른다. 주인이 의기양양하게 걸어가자 매가 날개를 펼친다. _<머리 없는 매> 중에서
“아, 세상일이 겉보기와 같은 적 있었어? 올챙이였다가 나중에 보면 개구리가 되어 있지. 금인 줄 알았는데 손가락에 끼어 보면 풀반지일 때도 있고. 내 두 번째 남편을 봐. 좋은 남자 같더니만 나중에 알고 보니 역시 별다를 바 없는 날건달이었잖아. 여기 이 방만 해도 그래. 저 벽난로에는 실제로 불을 피울 수 없지. 저 거울은 넓어 보이려고 달아놓은 거야. 거짓말을 하는 거지. 세상 어떤 것도 겉보기와 같은 건 없어, 월터. 크리스마스 트리는 셀로판지로 만들었고 눈은 비누 조각일 뿐이야. 우리 안에 날아다니는 이걸 영혼이라고 하는데 죽어서도 죽은 게 아니고 살아서도 산 게 아니지.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월터. 우리는 심지어 친구도 아니야…….” _<마지막 문을 닫아라> 중에서
이 모든 일들 중에서도 가장 슬픈 건 삶이 계속된다는 것이었다. 만약 누군가 자신의 연인을 떠난다면, 인생은 그를 위해 멈춰야 하고, 누군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세상도 멈춰야만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게 바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는 진짜 이유다. 중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_<불행의 대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