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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54436458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16-09-02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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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아들]
부모님은 나를 가르치기 위해 넘치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수학 공부는 내게 팔찌와 목걸이와 반지를 주렁주렁 차게 한 다음 몇 개인지 셈하게 하면서 덧셈을 가르쳤고, 뺄셈은 입고 있던 옷을 팬티까지 홀라당 벗게 하면서 가르쳤다. 부모님을 그걸 ‘수(數)트립 쇼’라고 했고, 그건 정말 웃겼다. 아빠는 문제를 풀려면 상황을 직접 체험하는 게 제일이라고 했다. 욕조에 물을 가득 채운 뒤, 한 병 혹은 반병씩 물을 빼낸 뒤 내게 온갖 산술 질문을 퍼부었다. 그리고 오답이 나올 때마다 병에 든 물을 내 머리에 부었다. 그렇게 수학 시간은 종종 거대한 수상 축제가 되었다. 동사변화는 노래집으로 가르쳤고, 인칭대명사는 몸짓과 손짓으로 가르쳤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복합과거 춤을 추면서 수업 내용을 완전히 숙지했다. (53쪽)
식사를 마친 마을 사람들은 불꽃놀이를 시작했고, 사방에서 불꽃이 솟았다. 지붕에서, 지평선 자락 산머리에서, 호수에 떠 있는 돛단배에서……, 사방에서 폭음이 터졌고, 마을 담벼락은 섬광의 꽃다발로 빛났다. 끝내 새하얗게 하늘이 밝아오며 빛이 넘쳐 한낮처럼 환해졌다. 순간, 밤은 완전히 달아나 숨었다. 밤은 밤의 방식대로 이 즐거운 전투에 참여한 셈이다. 그 순간, 나는 엄마가 만틸라 밑으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은 엄마의 볼록하고 창백한 뺨 위를 흘러 입가를 스친 뒤 도도한 턱 위에 떨고 있다가 땅을 향해 마지막 도약을 했다. (151~152쪽)
[엄마]
사과하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어요! 아주 고의적이었거든요! 이 남성분은 제 할아버지이자 조세핀 베이커의 연인이자 프러시아 기병이고, 미래의 제 남편이 될 사람이에요. 그리고 전 이 남자를 믿어요! (45쪽)
그게 도대체 말이 되나요? 꽃은 돈을 받고 파는 물건이 아니에요. 꽃은 아름답지만 공짜예요. 그냥 허리를 숙여 따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요. 꽃은 생명이죠. 내가 아는 한 생명은 돈을 받고 파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난 해고당한 게 아니고 스스로 그만둔 거예요. 사방에서 자행되는 사기극에 동참하기를 거부한 거라고요. 점심시간을 틈내 지구상에서 한 번도 만든 적 없는 가장 크고 가장 화려한 꽃다발을 만들어서 당당히 걸어 나온 거라고요. (63쪽)
[아빠]
“꼬마 해군과 은막 스타의 숙취 냄새를 죽이기 위해 우리는 코스타 브라바에 차를 세운 뒤 길가에서 로즈마리와 백리향을 땄다. 올리브 나무 밑에 앉아 사색이 된 얼굴로 햇살을 따며 웃고 떠드는 저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나는 이 미친 짓을 벌인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그림은 실수의 산물이나 잘못된 선택일 수 없고, 이토록 완벽한 빛은 그 어떤 후회도 안기지 않기 때문이다. 결단코.” (121~122쪽)